덕질은 삶을 풍요롭게 해.
그럴 땐 나를 생각해 너 초라해 진대도 세상이다 너를 외면한데도
<너 그럴 때면 - 이브>
내가 초라하다고 순간, 혼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항상 따뜻한 위로를 건네어주던 음악이 있다. 음악에는 말로 할 수 없는 큰 힘이 있다. 문득 반가운 음악을 만나면 그때 그 시절로 바로 돌아가는 마법이 펼쳐진다. 선업튀에서 선재가 학교 강당에서 I'll be there을 부르던 순간, 권상우가 하트맨에서 Lover를 부르는 쇼츠를 보면서 다시 사춘기 설레던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여전히 독보적으로 제일 멋진 나의 록밴드 EVE 오빠들. 나는 EVE를 덕질한다. 처음 TV로 오빠들을 봤을 때 천사인 줄 알고 한눈에 반했던 컬처쇼크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홀린 듯 방송국 앞을 서성이던 소녀는 KBS앞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아들을 군대 보낸 사연으로 당당히 더 시즌즈의 방청권에 당첨된 덕메이트 손을 잡고 당당히 KBS에 입장했다.
세월이 지나도 항상 멋진 모습으로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준비하고, 종종 TV에 나와주시는 모습이 감사하다. 기억 속의 추억이 아닌 현존하는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어려서 공개방송을 갔을 때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기라도 하면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을까 봐 TV를 보는 내내 마음을 졸였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얼굴이 나와도 "엄마! TV에 나왔어~"아이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다.
첫사랑을 덕질로 시작해서 그런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언제나 덕질하듯 좋아하고, 응원한다.
나는 여전히 남편을 덕질한다. 아이들을 대할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고객을 만나고, 수업을 듣는 학생을 대할 때도 나는 덕질을 한다.
✔️ 본인도 몰랐던 장점을 빨리 발견해서 더 응원해 주는 것
✔️ 부족한 부분은 사랑을 담아, 넌지시 이야기해 주는 것
이게 내가 하는 덕질이다.
덕질과 인간관계는 닮은 점이 많다. 바로, 안전거리.
너무 깊게 몰입해서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내 삶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
세월이 지나도 만나면 반갑고 고마운 이유는 서로의 선을 잘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덕질을 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힘든 상황에서도 순식간에 환기되는 마법의 스위치가 생긴 느낌이다.
특히 싱어송라이터를 덕질하면 쉴 틈이 없다. 이브의 노래 대부분은 G고릴라가 만들었다. 이 친절한 작곡가님은 이 노래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어떤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았는지를 들려주셨다. 다른 가수들과의 협업 에피소드를 듣는 재미도 참 쏠쏠했다.
아이유와 작업한 앨범에서 코러스 목소리를 찾아 듣고, 콘서트 스태프로 한쪽에서 일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 이선희 님의〈여우비〉‘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OST’로 사랑받던 노래를 이제는 딸들이 츄의 목소리로 듣고 있는 걸 보며 괜히 뿌듯해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나는 덕질을 강력 추천한다.
힘들 땐 훨씬 덜 힘들게 해 주고, 좋을 땐 훨씬 더 좋아지게 만들어 준다.
작은 성장에 함께 기뻐하고, 아픔에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아주 다정한 취미.
함께 덕질하실래요?
1. 누군가를 덕질해본 경험이 있나요?
2. 나를 덕질한다면 어떤 점을 덕질해 보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