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눈물이 났을까
원문 읽기 @ A Wonder Log (By FlyingN)
배트맨과 매그니토는 눈 앞에서 부모를 잃었다. 슈퍼맨은 먼 별 친부모와 지구 위 양부모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한다. 토르와 로키는 아버지에게 인정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히어로에게 불안정한 가족사가 빠지면 섭섭하다.
자신의 숨겨진 반쪽짜리 역사를 찾거나, 진정한 자신을 찾겠다며 여행을 떠나는 설정도 무척 익숙하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 자연, 사건 사고를 겪으며 현재의 삶과 진정한 친구,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흐뭇한 미소로 끝나는 영화가 어디 한 둘이던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 2>는 그래서 낯설지 않다. 타노스의 딸들은 죽일 것 같이 싸우다 (어머니의 이름을 외쳤던 배트맨 대 슈퍼맨의 화해만큼이나) '극적으로' 화해한다. 어머니의 분신 피터는 얼굴조차 몰랐던 아버지의 등장으로 새로운 미래를 잠시 꿈꾼다. 복잡한 가족사는 캐릭터들의 심신이 헤쳐 모이기를 거치며 극복된다. 낳아준 정만큼 키워준 정도 크고, 지금을 함께하는 이들이 진정한 가족이다. 모두가 웃으며 해피엔딩이다.
비슷한 것 투성이인 속편은 정면 승부보다 약간의 변칙으로 실속을 챙긴다. 우연하게 우주를 구해 히어로가 되었지만 생업에 투철하다. 개인사가 썩 밝진 않은 조합이지만 모든 걸 희생하며 무언가를 찾아 헤매거나 발목 잡혀 살지 않는다. 사명감과 정의감이 투철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아주 못난 것, 아닌 것 정도는 가릴 수 있다. 살아보니 용서하지 못할 것도, 즐기지 못할 것도 없더라는 캐릭터와 설정 덕에 기존 장르와 큰 궤를 같이 하면서 청량음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귀여움으로 무장한 베이비 그루트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슈퍼 히어로들이 목적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선악의 양극단, 최소 국가 무게의 부담감에 맞서는 그들이다. 적과 악을 무찌를 때 통쾌함은 하늘을 찔렀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무력한 관객으로 피로와 괴리감을 느끼곤 한다.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슈퍼 히어로보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에 좀더 가깝다. 기약 없는 미래가 아니라 발 붙이고 서 있는 지금에 충실하고, 어처구니 없는 실수와 갈등도 있지만 연민과 정을 나누고 소소한 재미와 흥을 지나치지 않는다. '착한 편', '악당'으로 역할이 고정되지 않고 '나'만 챙기던 캐릭터가 '너와 나'를 생각하며 변화하는 모습에서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가 보인다. 현존하는 도시 위를 날아다니는 히어로보다 우주 어딘가를 떠도는 캐릭터가 심정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판도를 뒤흔드는 작품이 주는 충격과 쾌감과는 다르게, 익숙한 맛과 멋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단연 후자 쪽이다. 우리를 스쳐간 작은 것들을 기억하는 법도 안다. 로켓과 욘두를 통해 이해와 연민이 가진 우주적인 힘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물릴 법도 한 소재들을 한데 모아 다시금 울고 웃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고 재주다. 이 영화를 두고 이렇게 할 말이 많을 줄은 정말 몰랐다.
***
+ 마이크로소프트 MP3 플레이어 '준(Zune)'이등장한다. 애플에 밀려 제대로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품이다. 화려하고 큰 것들만 남은 역사의 틈새에 명멸한 2,3등의 노력을기억하는 것 같아 반가웠다. 나름 사전 예약까지 해가며 구매했던 희귀품이기도 하고.
+ 스탠 리 옹의 분량(과 연기 욕심)이 늘었다. (ㅋㅋ).
+ 슈퍼 배드의 미니언즈처럼 베이비그루트 스핀 오프를 기대했지만, 이미 베이비 그루트는 청소년이 된 것 같았다.
+ 그래도, "아이 엠 그루우우트".
**별점을 주자면: 8.0/10 (스토리:7, 비주얼:8,연출:8, 연기: 9)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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