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위해 늘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원문 읽기 @ A Wonder Log (By FlyingN)
앙상한 모드가 병상에 누워 에버렛에 말한다.
"난 사랑 받았어요(I was loved)."
30년 넘게 함께한 세월동안 제대로 건네 본 적 없는 '사랑'의 말을 남기고 그녀는 눈을 감는다.
모드와 에버렛의 처음은 낭만적이지 않다. 가정부를 구한다는 전단을 쥐고 무작정 생선장수 에버렛의 집을 찾은 것이 시작이었다. 선천적인 기형과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몸이 굽고 절룩이는 모드는 서툴게 빗자루를 잡고, 갖은 타박에도 묵묵히 먼지를 훔친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린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집 안에 홀로 있는 그녀를 달랜 건 붓 한 자루와 회백색 벽이다. 경쾌한 색의 향연은 창문, 종이, 나무 판자로 이어진다. 에버렛의 생선 거래를 도우려 건넨 그림 엽서로 그녀의 재능은 우연히 발견된다. 모드의 그림을 가지려는 사람들로 적막이 흐르던 시골 마을 한 켠의 집 안팎이 북적인다.
모드는 빛이 났다. 어눌한 말투와 굽은 몸의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을 대할 줄 알았다. 부당한 대우에 쉬이 굴하지 않으면서도, 연민으로 타인을 배려한다. 자신을 사랑한 그녀의 세상은 빛과 색,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에버렛이 있다.
한참을 앞서가던 에버렛을 절뚝거리며 겨우 쫓아가던 모드였다. 어느새 둘은 팔짱을 낀 채 나란히 걷는다. 때론 모드를 태운 짐수레를 에버렛이 뒤에서 민다. 불편한 몸으로 그림만 그리는 아내에게 툴툴대면서도 먼지가 날릴까 문을 닫고 빗자루를 든다. 벌레가 들어올까 문을 열지 못한다는 말을 못 들은 척 하면서 한마디 설명 없이 방충망이 달린 덧문을 달아둔다. 마음을 전하는 미사여구는 없다. 서툰 표현과 행동은 둘 사이를 채운다.
사랑한다는 그 흔한 대사 한 마디 등장하지 않는 영화에 사랑이 가득하다. 서로는 마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존재처럼 스며든다. 에버렛의 메마른 마음에 모드의 사랑이 뿌리를 내리고, 모드의 마음에 꽃을 피운 사랑은 붓과 물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이 된다.
지금의 사랑은 각종 기념일, 크고작은 선물, 스크린을 메운 편지, 일상의 조그만 틈마저 활자와 이미지로 채워진다. 범람하는 표현에 진심은 더욱 깊숙한 곳으로 모습을 감춘다. 분주함이 더해질 수록 마음은 불안하고 메말라간다.
"개를 좀 더 키우는 건 어때요?"
모드의 여정이 마지막을 향한다. 한때 에버렛이 모드보다 소중히 여겼던 존재를 기억해 자리를 내준다. 구구절절하지 않은 말에 깊은 사랑이 느껴져 가슴 한 켠이 아릿하다.
표현되지 않은 마음은 헤아릴 길이 없지만, 가끔은 말로는 담을 수 없는 그런 마음의 무게가 그리워진다.
***
+ 캐나다 민속 화가였던 모드 루이스(1903-1970)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
출처: CBCNews
**별점을 주자면: 8.5/10 (스토리:8, 비주얼:8,연출:8, 연기: 10)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CBC 뉴스, 전주국제영화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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