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합 괜찮아요!
아니, 조금 춥다고 쉬고, 비 좀 온다고 건너뛰면, 도대체 우리 ”달리기“는 언제 하나요? 춥고 어두운 계절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일상에서 소외받고 외로운 처지의 “달리기”는 없는지 살펴보는, 우리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겨울비 맞으며 달리기 해보셨나요? 비 오는 날, 곳곳에 만들어진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밟아보셨나요? 안 해보셨다면 꼭 한번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비 온 뒤 물웅덩이마다 꼭 밟고 지나가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모르고 밟았을 땐 다 짜증 내던 어른들도 일부러 밟게 되면 “앗, 차거! 으하하하!” 하면서 웃게 됩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뛰는 사람도 없어서 온 동네를 혼자 전세 낸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달리면서 음악 들으며 노래하고 춤춰도 아무도 몰라요. 하하.
왜 그렇게 뛰냐고요? 즐거우니까 뜁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다른 활동들도 많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그 행위가 끝나고 나면 즐거움도 같이 멈추거나, 안 좋은 경우에는, 마치 음주나 과식처럼, 즐거움의 끝은 괴로움일 수도 있는데 반해서, 적당한 달리기는 그 상쾌함이 길게는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경험을 합니다. 네, 저만 그런지도 모르죠. 하하.
비록 볼품없이 어둡고 축축하지만, 초겨울 나무들의 꾸미지 않은 진솔한 모습이 아릅답습니다. 화려했던 꽃들과 넘치도록 풍성했던 잎들 다 지고 난 후 드러난 앙상한 모습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철 푸르고 풍성한 침엽수와, 계절에 따라 모습이 다른 활엽수가 잘 어우러진 웨스트코스트의 나무들처럼 이렇게 아름답고 조화롭게 나이들 수 있다면 늙는다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