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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Dec 11. 2023

달리기 in 겨울비

이 조합 괜찮아요!

아니, 조금 춥다고 쉬고, 비 좀 온다고 건너뛰면, 도대체 우리 ”달리기“는 언제 하나요? 춥고 어두운 계절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일상에서 소외받고 외로운 처지의 “달리기”는 없는지 살펴보는, 우리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겨울비 맞으며 달리기 해보셨나요? 비 오는 날, 곳곳에 만들어진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며 밟아보셨나요? 안 해보셨다면 꼭 한번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비 온 뒤 물웅덩이마다 꼭 밟고 지나가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모르고 밟았을 땐 다 짜증 내던 어른들도 일부러 밟게 되면 “앗, 차거! 으하하하!” 하면서 웃게 됩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뛰는 사람도 없어서 온 동네를 혼자 전세 낸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달리면서 음악 들으며 노래하고 춤춰도 아무도 몰라요. 하하.


왜 그렇게 뛰냐고요? 즐거우니까 뜁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다른 활동들도 많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그 행위가 끝나고 나면 즐거움도 같이 멈추거나, 안 좋은 경우에는, 마치 음주나 과식처럼, 즐거움의 끝은 괴로움일 수도 있는데 반해서, 적당한 달리기는 그 상쾌함이 길게는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경험을 합니다. 네, 저만 그런지도 모르죠. 하하.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이렇게 파랗던 하늘이…


비록 볼품없이 어둡고 축축하지만, 초겨울 나무들의 꾸미지 않은 진솔한 모습이 아릅답습니다. 화려했던 꽃들과 넘치도록 풍성했던 잎들 다 지고 난 후 드러난 앙상한 모습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철 푸르고 풍성한 침엽수와, 계절에 따라 모습이 다른 활엽수가 잘 어우러진 웨스트코스트의 나무들처럼 이렇게 아름답고 조화롭게 나이들 수 있다면 늙는다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워, 우리 산타 할아버지 올해는 너무 빨리 오셨네. 성격도 급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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