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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Jun 25. 2024

Girl 발음? Pearl 발음? 드루와! 드루와!

발음이 영어의 전부는 아니지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 자랑을 하거나 나중에 묘비에 새겨 넣지도 못하는 사소한(?) 것이지만, 스스로에겐 무척 자랑스럽고 소중한 인생의 작은 성취들 말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문득 이민 온 지 20년 넘도록 아무리 노력해도 안 돼서 낙담하고 살다가, 몇 년 전 우연히 첫째 요요의 도움으로 터득하게 된 영어 발음법 하나가 생각이 났습니다.


여러분은 단어 “Girl”을 미국이나 캐나다식으로 제대로 발음하실 수 있습니까?


교사라는 직업 때문인지는 몰라도, 신 선생은 영어 발음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발음을 정확하게 하기 힘든 Girl 같은 단어들은 좀 더 쉬운 단어로 굳이 바꿔서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확률과 통계에서 이항분포를 가르치다 보면, “누구네 집에 자식이 몇 명 있는데, Boy가 몇 명, Girl이 몇 명…” 하는 식의 문제가 종종 등장합니다. 그러면 그걸 굳이 Son과 Daughter로 바꿔서 설명하곤 했었습니다. 단지 Girl 발음을 제대로 못해서 말이죠. 하하!


지난 2008-2009년, 캐나다의 동쪽 끝 핼리팩스의 한 가톨릭 여자 고등학교에 수학 교사로 채용되어 파트타임 계약직으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여자 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했으니 이놈의 Girl 발음할 일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때마다 아주 죽겠더군요. 그래서 종종 궁여지책으로 “Hey, girls!” 말해야 할 때 ”Hey, ladies!”라고 바꿔서 말하곤 했더니 신 선생이 자기들을 존중해서 그러는 줄 오해(?)하는 아이들도 있더군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하하.


현재 근무하는 학교의 동료 교사들은 거의 대부분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지만, 그중에는 남미 스페인어권 출신도 있고,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유럽의 비 영어권 출신들도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각자 모국어에 따른 특유의 악센트들이 남아있죠. 하지만 발음에 전전긍긍하는 신 선생과는 달리,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모습은, 뜻만 잘 통하면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대부분 자신들의 영어 발음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들의 그런 당당한 태도가 부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론 그들의 그런 강한 악센트가 오히려 그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 선생은 성격상 그게 안됩니다. 사서 고생이죠.


다시 Girl 발음으로 돌아가서... 네,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쉽고 편안하게 말입니다. 으하하! 20년 넘게 그렇게 노력해도 안되던 것이,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당시 2학년이던 첫째 요요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요령을 알려주니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서 바로 되더군요. 얼마나 짜릿하던지… 한편으론 이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을 그동안 20년 넘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좀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Girl 발음이 되고 나니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군요. Girl이 되면요, Carl (“칼“ 아닙니다. “카알”도 아니고 ”카랄“도 아닙니다. 하하!)도 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World, Barley, Early도 문제없고, Pearl, Swirl… 다 됩니다. 으하하! 드루와 드루와!!


한 가지 아쉬운 건, 이젠 정말 잘 발음할 수 있는데, 현재 근무하는 학교가 남학교라서 더 이상 Girl이란 단어를 쓸 일이 자주 없다는 것입니다. 하하. 근데 요요가 가르쳐준 그 비결이 뭐냐고요? 죄송합니다. 여기서 몇 번이고 설명해 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도저히 안 돼서 포기했습니다. 따로 만날 기회가 있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신 선생의 다음 목표는 Year과 Ear (이 둘의 발음이 다르다네요!) 그리고 Order와 Older와 Odour (Odor)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발음하기입니다. 출퇴근을 걸어서 하니까 길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연습하기에 좋습니다. 얼추 비슷하게는 되는 것 같은데, 단어 하나 발음할 때는 잘 되다가도 문장 속에서 빠르게 말하려 하면 또 엉망이 됩니다. 참 쉽지 않네요. 그래도 계속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전구에 불 들어오듯 반짝하고 되는 날이 있지 않겠습니까? Girl이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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