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말입니다...
“오빠, 어제 또 영어로 글 올렸더라? 브런치에서 글 쓰면서 이렇게 세 번 연속 영어로 올리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사람들 다 떠나겠어. 봐봐, 댓글도 거의 없잖아. 아무리 조회수나 좋아요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야.”
아내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아내의 이 표정,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아, 맞다. 큰 녀석 요요가 어렸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나 대화 주제에만 참여하려 하고, 그렇지 않으면 따로 혼자 놀 지언정 무리에 끼려 하지 않은 적이 한동안 있었는데, 부모로서 아이가 혹시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을까 걱정할 때 지었던 바로 그 표정이다.
그러게, 나는 한글로 글 쓰는 사람이 99.99%인 이곳 브런치에서 왜 자꾸 이렇게 수준 낮은 영어글을 올리고 자빠졌을까 있을까?
처음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곳을 찾아온 건 아니었다. 그동안 여러 번 밝혔듯이 나는 그저 광고성 포스트와 쇼츠, 그리고 가짜 뉴스에 파묻혀서, 더 이상 지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이 불가능해진 페이스북에 질려서 대안을 찾던 중 브런치를 발견했고, 그 미니멀하고 깔끔한 인터페이스가 마음에 들어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나는 운 좋게 나의 심성에 딱 맞는 직업을 가졌다. 그래서 학생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만한 좋은 선생은 되고 싶다. 그래서 나름 노력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나는 독자들이 굳이 찾아서 읽고 싶어 할 만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깜냥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글쓰기를 그 정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브런치를 시작했던 초기에는, 라이킷과 구독자가 늘어날 때마다 쏟아지는 도파민 샤워에 중독되어, 소위 잘 팔릴 것 같은 주제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이쪽은 나의 길이 아니라는 걸. 없는 재능에 한참 모자란 열정이 더해지니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직업이 선생이라 평가는 나름 냉정하게 잘하는 편이다.
오해는 마시라. 나의 글은 단지 내다 팔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말이지, 나의 글쓰기가 전혀 의미 없는 행위라는 뜻은 아니니까. 나는 단지 브런치에서 사랑받는 작가가 되는 걸 포기했을 뿐이다. 하하. 그래서 막 나간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내가 쓰고 싶은 시간에, 한글이건 영어건 그때그때 내 마음이 내키는 언어로 쓰고선, 눈 질끈 감고 발행버튼을 누른다.
나는 여전히 취미로서의 글쓰기를 사랑한다. 나의 개똥철학을 영어로 표현하려고 끙끙대는 과정이 즐겁다. 달리기를 하며 담아 온 풍경사진들을 보고 멋지다고 해주는 댓글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쩌다 가끔 내가 봐도 글이 잘 나온 날, 내 마음에 공감해 주며 올린 따뜻한 댓글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럼 됐지 뭐. 안 그런가.
글의 주제와 상관없는 이런 사진도 막 올립니다. 사진 없이 올리면 심심하니까요.
지난 1월 초 어느 토요일 저녁, 오랜만에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 건너 노스 밴쿠버에 가서 바라본 밴쿠버 다운타운의 야경입니다. 카메라를 두고 간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이폰 13 미니로 찍어서 화질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