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하이픈(-)!
최근 브런치에 영문 표기와 관련하여 작지만 아주 반가운 변화가 눈에 띄어서 소개하려 한다. 나는 글을 쓸 때는 주로 맥북에서 작업을 하고, 읽을 때는 전화기(아이폰 13 미니)에서 브런치 앱을 사용한다. 그래야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도 한 손으로 잡고 편하게 읽을 수 있으니까. 어떻게 그 쬐맨한 아이폰 미니 화면으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지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있더라만… 어릴 때부터 유난히 작은 물건에 집착하는 이상한 취향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니 부디 이해해 주시길. (https://brunch.co.kr/@flyingpie/148)
맥북으로 브런치 웹에서 작업하고 읽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폰 브런치 앱에서 영어로 쓰인 글을 읽을 때, 문장의 줄 바꿈이 아주 제멋대로 일어나는 것은 매우 눈에 거슬리는 문제였다. 아무래도 폰 화면이 랩탑보다 좁고 길다 보니, 컴퓨터 화면보다 더 많은 줄 바꿈은 피할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 매우 이상하고, 심지어 무례해(?) 보이기까지 했다는 것인데... 어떤 줄의 맨 끝에 위치한 단어가 너무 길어서 다 넣을 수 없는 경우, 거의 대부분의 앱에서는 그냥 깔끔하게 그 단어를 다음 줄에서 시작하지 않는가. 그런데 아이폰 브런치 앱에서는 굳이 그 단어를 끊어서, 그것도 음절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아무 데서나 싹둑 잘라버리고, 그 단어의 뒷부분은 다음 줄에 내팽개쳐 놓고는 했는데, 그런 표현 방식이 나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를 들어 Brunch라는 단어를 Brunc에서 끊고 다음 줄을 h로 시작하는 식이었으니... 그럼 윗줄은 "브런크"로 읽고 난 뒤 다음 줄은 "흐" 소리를 내며 읽으란 말인가.
없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글 좀 써보겠다고 전치사나 문장부호 하나에도 고민을 거듭하며, 아침에 썼다가 오후엔 뺐다가,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는 다시 넣는 등, 수도 없이 뜯어고치기를 반복한 끝에 겨우 완성해서 글을 올렸는데, 그렇게 고심해서 넣은 자식 같은 단어들의 허리를 댕강 날리거나 발목을 싹둑 잘라서 줄 바꿈을 해놓으면, 그게 그렇게 보기 싫을 수가 없었다. AI가 실존 배우들과 가상의 배우들을 한 장면에 모아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영화도 뚝딱 만들어주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영어 텍스트 줄 바꿈 하나 제대로 못하는 앱이라니... 사실 이렇게 줄 바꿈 하면서 단어를 자르는 건 브런치에서만 보이는 기이한 현상 같다. 심지어 같은 회사인 카카오톡에 서는 장문의 영어 텍스트를 보내도 다른 브라우저에서처럼 아주 깔끔하게 보내지는데, 브런치는 왜 이걸 못할까?
그래서 한동안은 랩탑에서 Google Docs를 이용해 그때마다 어울리는 글꼴과 사이즈로 글을 쓰고 완성한 뒤, 아이폰의 Google Docs 앱으로 그것을 열어 스크린샷을 찍고, 포토 앱을 열어서 사이즈를 조절한 뒤, 그 사진을 텍스트 대신 브런치에 올리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단점이 하나 있었는데, 사진으로 올린 글을 아이폰이 아닌 컴퓨터에서 읽게 되면, 글자의 사이즈가 랩탑 화면 비율에 맞춰 지나치게 커져버리니 이것도 역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압니다, 저 까탈스러운 거… ^^)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영어로 글을 쓸 때 산문보다는 시처럼 한 문장을 여러 줄로 나눌 수 있는, 그래서 줄 바꿈도 미리 컨트롤할 수 있는 형식의 글을 더 선호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우연히 영어로 쓴 글을 아이폰 앱에서 다듬다가 아주 반가운 업데이트를 발견했다. 단어가 이전에 비해 잘리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고, 부득이 끊어지는 경우에도 그전과는 달리 다음 줄이 하이픈(-)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Brunch를 예로 든다면 Brun에서 윗줄이 끊기고 다음 줄이 -ch로 시작하는 식) 그리고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음절과 무관하게 마구 잘리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물론 윗 줄의 길이가 좀 짧아지더라도 단어가 끊기는 일이 아예 없도록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개선이라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브런치에 자주 영어로 글을 써서 올리는 이용자로서 이를 매우 환영하며 관계자 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혹시 이 일을 추진하면서 상사로부터 "뭐 그런 거 까지 신경을 쓰고 그러나? 더 급한 다른 일도 많은데. 브런치에서 영어로 글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라는 핀잔을 듣기라도 했었다면, 비록 사소해 보일지라도 이러한 업데이트를 반기고 고마워하는 나 같은 이용자도 있음을 아시고 보람을 찐하게 한번 느끼시길 바란다. It might seem small, but that’s real progress—good job,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