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좀 망설여집니다.
May 15, 2023
아이들을 재우고 페이스북을 여니, 광고/스폰서 포스트 (지금부터는 편의상 그냥 ’광고‘라고 부르겠습니다.)들이 쏟아집니다. 그렇게 광고 22개를 스크롤 하자 드디어 아는 페친의 글 하나가 뜨네요. 그리고 다시 광고 117개를 밀어 올리고 나서야 다른 페친의 일상 공유 포스트가 하나 뜹니다. 그리고 다시 광고 140여 개를 밀어 올리니 비로소 하나가 더 뜹니다. 에휴, 이건 뭐…
페이스북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이트클럽에 가서 음악이 시끄럽다고 불평할 수 없고, 왁자지껄한 시장 먹거리 골목에 가서 조용히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고 조용히 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2011년 1월에 페이스북을 열었습니다. 열두 해가 지난 2023년 현재, 신 선생의 페친 수는 320명 정도 됩니다. 일반 공개는 하지 않고 친구 공개 포스트만 올립니다. 원래 아는 분 들하고만 페친을 맺다 보니 새로운 페친들이 늘어가는 속도는 상당히 느린데 반해, 해가 갈수록 페이스북에 일상을 공유하는 페친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마치 시끌벅적 재미있었던 모임 다 끝나고, 뒤풀이 1차, 2차도 다 끝났는데, 무슨 미련인지 끝까지 집에 안 가고 남아서, 동네 편의점 간이 테이블에 앉아 캔맥주 따고 있는 최후의 몇 사람 중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영업시간 끝나고 불 꺼진 놀이동산에 혼자 남아서 회전목마에 앉아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이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July 4, 2023
포털사이트 뉴스를 끊은 지 이제 한 삼 년쯤 됩니다. 아침 일찍 가족들보다 먼저 일어나, 혼자서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내려마시는 시간이 제게는 참 소중합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시간에 뉴스를 보다가 아침부터 기분을 망치기 일쑤였습니다.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마찬가지였고요.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 뉴스를 보면서 짜증을 내고 있는 저의 모습이 한심해 보였습니다. 캐나다 뉴스라고 별반 다를 것은 없더군요.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도 피로감을 많이 느낍니다. 지인들의 반가운 소식이나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는 이제 가물에 콩 나듯 하는데 반해, 보면 볼수록 저의 정신 건강에 해로운 것들만 넘쳐나니까요.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나름 양질(?)의 포스트만 골라서 보는 요령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자극적으로 짧게 치고 들어오는 유튜브 쇼츠나 페이스북의 릴스/쇼트 비디오들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합니다. 가짜 뉴스들은 또 왜 그리도 많은지요. 가짜 뉴스 보면서 짜증 내고, 나중에 가짜인 걸 알게 되어 속은 것에 또 짜증이 나고…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유튜브를 지웠습니다. 간단하더군요. 하하!
페이스북은 좀 망설여집니다. 나름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사용해 왔으니까요. 그리고 페이스북에서만 서로 소식을 알 수 있는 옛날 지인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도 일단 전화기 바탕화면에서는 안 보이게 지웠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제 나이대의 대부분의 다른 페친들처럼 가끔 들어와서 지인들 소식 보면서 ’좋아요‘나 누르고, ‘나 아직 잘 살고 있어요’류의 포스트만 올리면서 간헐적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