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스튜어트 리틀
<스튜어트 리틀>(Stuart Little)은 롭 민코프 감독의 가족영화이다. 엘윈 브룩스 화이트의 동명 동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주인공인 새앙쥐 스튜어트가 리틀 가족에게 입양되어 좌충우돌 모험을 하면서 종국에는 가족으로서 인정을 받게 되는 줄거리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그림은 헝가리 화가 로버트 베레니의 <검은 화병과 잠자는 여인>이다. 이 그림은 사실 영화 속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단지 리틀 가족의 집 거실에 그냥 얌전하게 걸려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이야기는 영화 밖에서 전개된다. 이 그림은 그동안 잃어버린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던 것이 영화 속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이 영화를 보던 헝가리국립미술관 학예사 조지 바키가 베레니의 그림을 알아차리고 확인한 끝에 되찾게 되었다.
때는 2009년 크리스마스였다. 심드렁해 하는 딸을 달래가며 마지못해 영화 <스튜어트 리틀>을 보던 조지 바키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영화의 뒷배경으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베레니의 그림이 보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림이 전시된 것이 1928년이었고, 그때 그림 구매자의 상당수가 유대인이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그 무렵 그림이 국외로 반출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그 소재가 알려지지 않아 유실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예술사가인 그로서는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이 그림은 원래 헐리웃의 세트 디자이너 보조가 캘리포니아 파사디나의 가게에서 500달러에 구입하여 자신의 침실에 걸어 놓았던 것이었다. 조지 바키는 곧바로 영화를 촬영했던 로스앤젤레스의 영화 세트설치 부서에 연락하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림을 가지고 있던 세트 디자이너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2년쯤 지난 뒤였다. 그녀는 그동안 그림을 개인 수집가에게 팔았고, 그것이 201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갤러리에서 이루어진 경매에 나와 285,700달러(3억1천8백만원)에 낙찰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베레니가 르네상스적 인간이어서 작곡이나 심리치료, 발명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는데, 그 중 하나로 독일 특허청에 영화프로젝터에 대한 특허도 몇 개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인연이 자칫하면 그의 작품인 줄도 모르고 유실될 수도 있었던 그림이 영화에 출연하여 다시 부활할 수 있도록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림 속에서 잠자고 있는 여인은 베레니의 두번째 부인인 에타이다. 영화 <스튜어트 리틀>은 그림의 제목에서와 같이 잠자고 있던 그림을 깨워 다시 세상에 되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