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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11. 2016

그대, 언제나 날아오르려는가

01 - 호퍼

호퍼, 소도시 사무실, 1953, 캔버스에 유채, 71.1 x 101.6 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의 그림은 언제나 서늘하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가슴 한 켠이 시려온다. 그렇지만 동시에 아우성치는 침묵의 소리도 들린다. 공감하는 자에게만 공명하듯이. 화가의 아내가 작명한 대로 “콘크리트 벽속의 남자”가 사무실에서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 건너편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사위는 한 낮의 적요 속에 침잠해 있다. 그는 일하고 있는 것 같지 않고 몽상 중인 듯하다. 그대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20세기 중반의 미국 도시 풍광과 삶을 음울하지만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는 호퍼의 다른 그림들처럼, 도시 산업사회의 고독한 개인을 표상하고 있다. 일하는 대상으로부터 소외된 자이다. 하지만 타인과의 무한경쟁의 터널을 지나 이제는 자기 스스로와 경쟁해야 하는 자기규율사회가 된 21세기의 지금에서 보면 다소 한가롭게까지 느껴진다.

  오늘날 그림처럼 사무실에 앉아 창문 너머를 무심히 바라보는 정경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그같은 심성과 행태를 보이는 자들은 이미 진작에 구조조정이 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이제 남아있는 자들은 애써 무감각해지려 하거나 마음속에서만 비밀스러운 비상을 꿈꾼다. 저 너머로 분연히 박차고 날아오르는 그날을!

  꿈꾸는 자는 결코 소외되지 않는 법이다. 대상으로부터든, 자기 자신으로부터든.



❝에드워드 호퍼, 소도시의 사무실(Office in a Small City) : 1930년에 한때 살았고 그후 1950년대에도 주기적으로 찾았던 메사추세츠 주의 트루로Truro 시를 배경으로 1953년 여름에 방문했을 때 그리기 시작하여 그 해 가을 뉴욕 작업실에서 완성하였다. 현재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908호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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