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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13. 2016

언젠가는 벗어나고 말거야

02- 달리

  모든 이들은 탈주를 꿈꾼다. 주어진 환경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궁벽진 산골 마을로부터나 갇힌 섬마을로부터. 그래서 드넓은 대처로 나가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어 한다. 어느 재벌 창립자는 소싯적에 집안의 소 판 돈을 훔쳐 달아났다가 마침내 자신이 꿈꾸던 부를 일구고 말년에 소 수백 마리를 이끌고 다시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살아있는 전설을 보여주었다.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로 달리가 스물하나로 아직 젊었을 때 자신의 누이 안나 마리아를 모델로 그린 이 그림 역시 바닷가 소녀의 고향 탈주를 연상케 한다. 바다도 하늘도 집안 커튼도 온통 회청색으로 암울한 이 바닷가 촌구석을 벗어나 대도시의 멋들어지고 화려한 삶을 꿈꾸고 있는 것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모르고 늘 남이 가진 것을 탐한다. 누구는 지긋지긋한 바닷가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다른 누구는 그 바닷가를 환상으로 꿈꾼다. 언젠가는 바닷가에 그림같은 하얀 집을 짓고 사랑하는 그이와 함께 여생을 편하게 살게 되기를 꿈꾸는 것이다. 꿈의 아이러니이다.

  행복은 코 끝에 있다는 것을 알려면 소녀는 아마도 더 나이를 먹어야 할 것이다. 코 끝에 걸려 있어 아무리 둘러 보아도 보이지 않지만 항상 가까이에 행복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면 한참을 찾아 헤매다가 지친 몸과 마음으로 돌아와 비로소 거울 앞에 서서야 깨닫게 될 것이니 말이다.


살바도르 달리, 창가에 서있는 소녀(Figure at a Window) : 스페인 카다케스 항구를 배경 삼아 누이인 안나 마리아를 모델로 1925년에 그렸다. 마드리드의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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