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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16. 2016

세상에 홀로 맞서

04- 구스타브 카유보트

구스타브 카유보트, <창가의 젊은이>, 1890


  젊음의 최대 무기는 패기이다.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어깨 너비로 양발을 벌린 채 거리를 내려다 보는 젊은이의 뒷모습이 패기만만해 보인다. 활짝 열어젖힌 창의 크기만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불투명한 앞날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대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넘쳐난다. 뒤로 주황색 의자가 반쯤 보이는데, 내처 일어선 모양새가 도저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다는 젊은이의 심사를 대신 말해 주고 있다.

  대낮의 바깥 햇살은 밝다 못해 투명하게 번져 하늘이나 건물의 색깔은 물론이고 그늘마저도 하얗게 증발시키고 있다. “하얀 그늘”이라니. 젊음의 번뇌와 고민이야말로 진정 그러할 것이다. 열린 유리창으로 반사되어 비친 옆모습이 사내의 마음속 불안을 잠시 엿보이게도 하지만, 크게 대수롭지는 않을 것이다. 찬란한 햇볕 한 가운데로 까만 양복을 입은 젊은 사내의 뒷모습이 더욱 돋우라져 빛난다.

  그렇게 맞서 뚫고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다음 어느 날에는 이곳보다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 볼 날도 있으리라.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 1848–1894): 창가의 젊은이(Young Man at the Window), 1875.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처음에는 화가들의 그림을 사는 식으로 인상주의 화가들을 후원하다가 나중에는 전시회 기획에도 참여하고 스스로 그림도 그리기 시작했다.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아, 32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붓을 놓고 은퇴하였다. 이후부터 친구들과 문학과 철학, 정치를 논하거나 정원가꾸기, 요트 만들기나 경주 등으로 유유자적하면서 소일하다가, 생의 긴장감이 떨어졌는지 45세에 일찍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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