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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19. 2016

날마다 푸르른 날

05-에두아르 뷔야르

에두아르 뷔야르, 풍경: 숲이 보이는 창, 1899, 249.2 x 378.5 cm

  신록이 우거져 있는 전경이 넓게 펼쳐져 있다. 아래로 지붕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내려다 보고 있는 이곳은 그보다 더 높은 위치이다. 왼켠으로 건너다 보이는  앞집의 열린 창으로 집안에 앉아 있는 이웃도 보이고, 오른 쪽 바깥에는 나무 덤풀 너머 자그마한 텃밭에서 일하는 이도 보인다. 가운데로는 구릉 아래 수풀 사이로 교회 첨탑이 높이 솟아있고, 그 옆으로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래녁 동네 마을의 지붕들도 살짝 올라와 있다. 그 너머 낮은 평지로는 과수원인 듯 일렬로 줄을 맞춘 과실수들이 조림되어 있다. 그리고 목초지 너머 그 끝으로는 무변장대한 평지의 무성한 숲이 광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단은 창틀 형태로 되어 있고 나머지 삼면은 중세의 태피스트리에서도 나타나는 것과 같은 꽃무늬 형태의 장식 테두리가 쳐져 있어,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창을 묘사하는 전통적인 이젤 페인팅(easel painting) 형태를 취하고 있다. 비록 이젤 위에 그려져 있긴 하지만, 프레임을 갖추어 벽에 걸려는 의도가 있어서이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어 탁트인 이 푸르른 전경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꿈일 것이다. 파리 근교 교외인 이곳에 한때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이가 아마도 그 옛날을 생각하며 그림으로나마 이 정경을 매일 보고 싶어서, 화가에게 그려달라고 한 것 같다. 이 그림은 파리의 부유한 은행가였던 아담 나탕송(Adam Natanson)의 의뢰로 제작되었다. 서재를 장식할 요량으로 만들어져 길이가 4m 가까이 될 정도여서 벽면 전체를 덮을 만큼 큰 대작이다. 하지만 추억은 기억하는 자들만의 몫이다. 7년 후 그림 제작을 의뢰한 소유자가 죽자 상속자인 그 아들은 바로 이를 처분해 버렸다. 현재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소장하고 있다.


❝에두아르 뷔야르(Edouard Vuillard: 1868–1940): 풍경: 숲이 보이는 창(Landscape: Window overlooking the woods), 1899. 프랑스의 화가로 실내정경을 위주로 그리는 내경파(內景派)인 앵티미슴(Intimisme)의 대표 작가. 온화한 색채로 평화로운 시민 생활과 부인상을 많이 그렸다. 보나르와 함께 처음에는 나비파(Nabis)의 일원으로 활동하였으나, 나중에는 평면적인 원근법에서 벗어나, 좀 더 계산된 원근법으로 공간의 후퇴를 표현하는 보다 사실주의적인 그림을 추구했다. 재단사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며, 어머니와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 그가 직물과 무늬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데는 이런 가정배경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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