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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24. 2016

그녀는 무슨 생각?

07-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창가의 여인은 뒷모습이다. 가운데로 난 나무 여닫이  창을  열고  바깥  풍경을  내다보고 있다.  그 위로  높다란  유리창이 천정까지 나있다.  창밖으로는 포플러 나무 숲이 조금 멀리 떨어져  보이고, 배의 돛대가  앞에 하나 뒤에 하나 그렇게 두 개가 그 끝부분만 솟아 올라 보인다.  아마도  이 집은 강변가에 위치해 있는 듯하다.  집은 목조로 화면 대부분이 갈색 색조로  그려져 있다.  구도로 보면 소실점이 여닫이 창으로 모아지고 있고 그 한  가운데  여인의  뒷머리가 위치해 있어  자연스럽게 시선을 모으고  있다.  명암으로도 창밖의  밝은 풍광  사이로 그녀의 그늘진 뒷머리가  대비되어  부각되고 있다.

  이 여인은 화가의 아내이다. 프리드리히는 1818년 43세의 나이로 주위의 부러움과 시새움 속에서 19살이나 연하인 24세의 젊은 아내 캐롤린 보머(Caroline Bommer)와 결혼하였다. 2년 뒤 첫아들과 함께 이사한 곳이 드레스덴의 엘베(Elbe)가 33번지인데, 이 곳에서 이 그림을 그렸다. 5층 건물인데 프리드리히가 거주했던 곳은 3층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프리드리히는 풍경화가로서 사람의 초상화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림 속 인물은 등장해도 대개 생각에 잠겨 있는 뒷모습의 남자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이다. 결혼 후에야 여인들도 등장하는데, 그 역시도 뒷모습이다. 심지어 사랑스런 아내조차도 이 그림에서처럼 뒷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아내를 위해 애쓴 흔적은 많다. 실제로는 강이 더 멀리 떨어져 있어 창밖의 돛대들이 훨씬 더 작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크게 그림으로써 아내를 보다 작게 보이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 방안의 벽체나 창과 창틀을 모두 직선으로 하여 공간감을 크게 그림으로써, 모든 부분을 곡선으로 묘사한 아내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그런 아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1774~1840), 창가의 여인(Woman at the Window, 1892), 캔버스에 유채, 45 x 32.7cm. 독일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로 그라이프스발트에서 출생, 드레스덴에서 사망하였다. 코펜하겐의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배웠다. 일찍이 7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10대 성장과정에서도 누이와 동생들의 죽음을 경험한 것이 그의 그림의 정조가 암울한 색조속의 정적감을 띠게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동시대의 미술가들도 그를 일컬어 '풍경화의 비극'을 발견한 화가라고 칭하기도 했다. 자연 풍광을 많이 그렸는데, 여기에서 나타나는 숲, 바다, 구름, 안개, 나무, 범선, 폐허, 사람의 뒷모습 등은 역사와 시간의 덧없음, 대자연 앞에 선 인간의 왜소함, 이를 의식하는 인간의 고뇌를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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