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표도르 페트로비치 톨스토이
화가 표도르 페트로비치 톨스토이는 대개 문학작품으로부터 영감을 얻어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이 그림은 그렇지 않다. 그는 이 작품을 단지 상상해서 그렸다는 것을 명기하였다. 제작 연월일도 그림 하단에 남겼는데, 1822년 2월 17일에 완성하였다.
작품의 배경 공간은 그가 살고 있는 상트뻬째르부르그이다.따라서 이때쯤이라면 아직은 겨울이라 실제로 건너편 네바강은 얼음에 덮여 있어야 할 것이고, 매서운 바람을 막기 위해 창문도 굳게 닫혀 있어야 맞다. 하지만 앞서 밝힌 대로 화가의 상상으로 그린 그림에서는 한여름인 듯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얇은 반팔 드레스의 여인이 환한 달빛 아래서 기타를 치고 있다. 일종의 환상적 대비라 할 수 있다.
강건너편 건물들도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게 그려졌다. 창문 중앙으로 강변에 있는 2층짜리 궁전들 사이로 상트뻬째르부르그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가운데 하나인 블라디미르 성당의 탑이 보이는데, 원래는 더 시내 안쪽에 위치해 있다.
실내 오른편으로는 전쟁의 신인 보르게스 아레스의 두상 조각이 놓여 있다. 기타를 치는 여인도 마치 하얀 달빛으로 깍은 조각상인양 색조와 질감을 표현하였다.
표도르 페트로비치 톨스토이(Fyodor Petrovich Tolstoy; 1783~1873)는 러시아 귀족 가문 태생으로 아버지는 백작 작위를 가진 군수청 장관이었으며,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지도하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802년에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상트뻬째르부르그 예술아카데미에 들어갔다. 1804년 군복무를 마감하고 예술에만 전력하였다. 드로잉과 회화를 좋아하였으나, 제일 큰 성공은 금속공예 쪽의 왁스모델링 분야에서였다. 1810년에는 상트뻬째르부르그의 조폐국의 화폐 디자이너로 임명되어 일하기도 하였다. 1825년부터 러시아 제국예술아카데미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였으며, 1828년에는 부원장에 임명되어 40여년간이나 봉직했다. 다방면으로 재능이 많아, 발레도 2편이나 쓰는가 하면, 무대세트와 의상의 스케치 등을 맡기도 하였다. 말년에 시력을 잃으면서 그림 그리기를 그만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