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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20. 2016

놀라운  책읽기

01-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 The Submissive Reader, 1928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을 접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럴 때면 우리는 대개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만큼 더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 내용에 따라서는 가히 충격적인 경험을 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대학 때 읽었던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소설이 그런 경험을 주었다. 제목 그대로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사회 음지에서의 인생 역정들이 때로는 고통스럽게, 때로는 혐오스럽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고 어찌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어 밤새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순종적인 독자”(The Submissive Reader)를 보면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저리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눈을 휘둥그레 치켜 뜨고 있어 이마에는 주름이 절로 잡혀 있고, 놀라 벌어진 입가로도 주름이 선명하다. 제목의 “submissive"는 ”순종적인, 고분고분한“이란 뜻이다. 순종적인 독자란 말하자면 저자의 의도대로 곧이곧대로 따라오는 독자인 셈이다.

최근에 베스트셀러로 유행을 타고 있는 좀 야한 연애소설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란 책이 있다. 이 책은 아마존닷컴 사상 최초로 100만 부 판매기록을 세웠다. 영국에서도 출간 11주만에 100만 부가 나갔다. <해리포터>를 능가한 속도라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두 남녀 주인공이 성적 파트너 계약을 하면서 갑을 관계를 지칭하는 용어로 도미넌트(Dominant: 주인)와 서브미시브(Submissive: 하인)란 말을 쓴다. 여기에서 서브미시브는 도미넌트가 내린 지시에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즉시 신속하게 복종한다. 용어가 주는 연상 작용 때문일까? 문득 그림에서 들고 있는 책의 내용이 혹시 기상천외한 성적 환타지를 담고 있어서 저렇게 놀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그림 왼편 위쪽에서 나오는 빛에 의해 책 아래와 몸 오른편에 짙게 드리워진 음영과 함께 머리와 하의의 검은 색이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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