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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20. 2016

지혜

02- 타마라 드 렘피카

T. De Lempicka, Wisdom, Oil on wood panel, 71,1 x 50,8 cm, 1940/1941

이성은 원래 차가운 법인가? 책을 통해 지혜를 구하는 모습을 그린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 1898­1980)의 “지혜(Wisdom)"는 다소 차갑게 느껴진다. 기계인간의 질감이다. 지혜를 찾아 넘기는 책장도 딱딱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에는 얼음 같은 차가움과 함께 뜨거운 열정도 동시에 공존한다. 이전에 그린 그녀의 다른 그림에서와는 달리 직선적인 선묘도 억제되어 있고 투사되는 노란 빛의 밝은 색감이나 머리에 쓴 빨간 터번도 차가움을 상쇄시켜 주고 있다. 렘피카 특유의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작업 스타일은 아르데코(Art Déco) 양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르데코 양식은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현대 장식 미술ㆍ산업 미술 국제전'에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1920~1930년대 파리 중심의 장식 미술의 한 형태이다. 아르 누보가 수공예적인 것에 의해 나타나는 연속적인 곡선의 선율을 강조하여 공업과의 타협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반면에, 아르 데코는 공업적 생산 방식을 미술과 결합 시켜 기능적이고 고전적인 직선미를 추구 하였다는 차이점이 있다. 날카롭게 끊어지는 선묘와 차갑고 단순한 형태, 유리처럼 매끈한 색채는 렘피카만이 지니는 독특한 조형적 특징이다.

렘피카는 폴란드 태생의 여성화가로서, 볼셰비키 혁명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하여 상류 사회의 인사들을 그리는 초상화가로 명성을 얻었다. 아르데코 양식과 입체주의, 그리고 이탈리아의 마니에리즘 미술에서 취한 독특한 감성의 작품들을 남겼다. 주요 작품에는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Tamara in the Green Bugatti)》 (1925)가 유명하다. 전통적인 여성상을 벗어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나 여성 복장의 남성화와 같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표출한 이른바 남자같은 여자, 즉 가르손(garçonne)의 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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