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 우선 책을 읽을 만한 시간이 주어질 때 책에 손이 갈 수 있겠다. 이를테면 빈 시간이나 짜투리 시간이 그렇다. 조금 더 시간 흐름의 기준을 늘이면, 빡빡한 일정에서 벗어난 주말이나 휴가 때도 좋다. 아예 학업이나 업무에서 놓여난 방학이나 장기휴양 시에도 책읽을 기회가 넉넉히 주어진다. 생애주기로 보아 밥벌이의 짐을 벗은 은퇴 시기라면 그야말로 쓸 수 있는 독서 시간은 차고 넘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주어진다고 다 책을 읽게 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시간에 다른 것을 하지 않고 책을 펼친다는 것은 그만큼 독서에 대한 열의와 책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책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읽게 된다. 그쯤 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언제 어디서나 절로 책을 붙잡게 된다. 여기에 모은 다양한 모습의 책읽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책상이나 쇼파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고, 침대 위나 해먹에서, 심지어 욕조 속에서도 책을 본다. 집밖으로 나와 잔디밭이나 정원은 물론 지붕 위에서도 책을 본다. 거리를 산책하다 쉬면서도 보고 심한 경우에는 걸어가면서도 본다. 여유로운 주말은 물론 휴가지에서도, 이동하는 차량 안이나 열차, 배 위에서도 책을 본다. 책보다는 상대에게 집중하여야 할 데이트 할 때나 신혼여행 가서도 책을 본다. 이들 책읽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은 유난을 떠는 책벌레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우리들의 일상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