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시야와 빈티지스러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이날의 여정은 허드슨강-첼시마켓-공연 관람이었다. 숙소에서 이동할 때 외에는 하루 종일 걸어 다녔는데, 걷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아 무리가 없었다.
여기는 시트콤 '프렌즈'에서 주인공들이 사는 아파트로 나온 곳으로, 크리스토퍼 역에 내려 조금 가다 보면 나온다. 내부 촬영은 LA에 있는 세트장에서 주로 했지만 외관은 이 건물로 촬영했다고 한다. 과연 거기인가 싶을 정도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모르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평범했지만 한 때 프렌즈를 20번도 넘게 본 왕팬으로서 꼭 가보고 싶었다. 혹시 궁금하다면 99 Bedford st.로 가면 된다.
저 맞은편으로 허드슨 강을 건너가서 밤에 이 쪽의 맨해튼을 바라보면 야경이 참 멋있다고 한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갔기 때문에 밤에 돌아다니기가 꺼려지기도 했고 교통도 신경이 쓰여서 아쉽지만 야경은 포기했다. 다음에 간다면 꼭 보고 싶다.
센트럴 파크에서 봤던 그 새들이 여기에도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아기새도 같이 있어서 더 귀여웠다. 주말이라 그런지 근처에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지나가다 나를 보더니 멈춰 서서 새들을 같이 뚫어져라 보는 것이 재밌었다. 내가 한쪽을 계속 바라보고 사진도 찍고 하니까 신기한 것이 있나 싶어 궁금했나 보다.
허드슨 강을 벗어나 첼시마켓으로 걸어가는 길이다. 예술가들이 많다는 첼시 지역답게 분위기가 독특해서 참 마음에 들었다.
조금 걷다 보니 다음 여정인 첼시마켓에 도착했다. 이곳은 원래 과자 공장이었지만 이제는 상점들이 들어선 마켓이 되었다고 한다.
안에 들어서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빈티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품들도 중간에 배치되어 있어서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은 곳들이 많았다. 약간 조명이 어두운 곳이라 사진이 좀 침침하게 나왔다.
곳곳에 먹을거리가 많았고 주방용품, 액세서리, 옷, 책 등을 파는 다양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서 혹시 더 있나 싶었는데 1층에만 출입할 수 있었다.
물이 콸콸콸 쏟아져 나와 흘러들어가는 독특한 곳에 동전들이 있었다. 혹시 저기에 동전을 골인시키면 행운이 오나 싶어서 해볼까 하다가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두었다.
'뚱뚱한 마녀'라는 가게에서는 다양한 브라우니들을 팔고 있었는데, 거기서 발견한 위키드 브라우니다. 색깔도 엘파바처럼 초록색이다. 초콜릿을 먹지 못해서 사지는 않았지만 탐나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 대신에 '랍스터 플레이스'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에는 랍스터뿐만 아니라 각종 해산물들이 많았다. 푸드코트처럼 카운터에서 메뉴를 보고 골라서 계산한 후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랍스터를 한 마리씩 통째로 주문해서 먹는 사람이 꽤 많아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랍스터를 통으로 먹기엔 부담스러워서 미리 블로그 등에서 봐 두었던 랍스터 롤을 먹기로 했다. 맛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매콤한 맛이 나는 수프도 주문해서 랍스터 롤과 함께 먹었다. 바게트 같은 쫄깃한 빵을 가르고 그 안에 랍스터 샐러드를 넣은 듯했다.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서 아쉬웠지만 정말 맛있었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옆에서 굴을 먹던 커플이 '랍스터 롤 맛있지?'라고 묻길래 입에 한가득 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예쓰!'를 연발했다.
다들 너무 예쁘고 맛있어 보여서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컵케익은 눈으로 보면 그 모양 때문에 정말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데 막상 먹으면 너무 달아서 실망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하나 먹어볼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구경만 하기로 했다.
액세서리와 여러 가지 소품을 팔고 있던 가게다. 구경하는 내내 혼이 쏙 빠질 정도로 너무 예쁜 액세서리들이 많았다. 정신없이 구경하고 사진도 열심히 찍었지만 정작 사지는 않았다. 막상 착용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크기와 디자인이지만 그 자체가 너무 예뻐서 이것저것 살펴보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같은 가게에서 팔던 올빼미 모양 전등이다. 올빼미나 해골 같은 소품이나 액세서리가 꽤 인기인 모양이다. 이걸 방 안에 두면 왠지 해리포터에 나오는 방 분위기가 날 것 같아서 은근히 탐났다.
점심을 먹고 돌아다니다 보니 디저트 생각이 나서 찾아간 '밀크 바'다. 여기는 우유가 질 좋고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집이 이 근처라면 자주 사서 마실 것 같다.
거기서 먹은 호두 맛 셰이크. 정말 진하면서 부드럽고 달달하니 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견과류도 들어있어서 마시며 너무 행복했다. 양이 적은 데다가 먹으면서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 슬펐다. 이번 여행에서 셰이크만 세 가지 종류를 먹은 것 같은데 이것이 그 첫 번째였다. 갑자기 웬 하트인가 하면 손톱에 봉숭아 물들인 것이 살짝 남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좀 아름답지 않아서 가려보았다.
셰이크를 손에 들고 다음 여정인 타임스퀘어 쪽으로 걸으면서 발견한 것이다. 벽에 쓰인 짧고 간결한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타임스퀘어에 대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