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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로빈 Feb 12. 2017

[뉴욕] 타임스퀘어와 브로드웨이

버킷리스트 한 줄을 완성한 곳


나의 이번 뉴욕 여행의 시작과 끝은 타임스퀘어였다. 계획을 한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원래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한 곳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기는 참 마음에 들었다. 타임스퀘어에서 내가 기억나는 일을 세가지로 추려보자면 볼거리, 공연 관람, 맛집이 있다.



1. 낯선 타임스퀘어에서의 볼거리

들어서는 순간 '이 곳이 말로만 듣던 타임스퀘어구나' 싶었다.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한국 상표들이 반가웠다.



쇼가 많은 동네답게 간판들도 모두 화려하다. 맥도널드도 다른 곳보다 반짝반짝했고 지하철 역마저 색달랐다.



타임스퀘어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특이한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였다. 함께 사진을 찍고 팁을 받는 사람들의 의상도 독특했고 여행객이 많아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신호등에 올라서 거미줄 같은 흰 실을 칭칭 감고 있었다. 슈퍼 히어로 영화에 거의 재미를 느끼지는 않지만 스파이더맨은 챙겨보게 된다. 그런 스파이더맨이 이렇게 매달려 있으니 반갑고 귀여웠다.  

자유의 남신상. 함께 사진을 찍으면 팁을 줘야 해서 부담스러운 마음에 가까이하지는 않고 멀리서 찍었다. 미키마우스 같은 비교적 평범한 분장부터 사진을 찍기에도 민망한 복장의 사람들까지 있다.



사람들이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신나하는 중이다. 나도 여기에서 기념 촬영 완료.



광장 가운데에 있는 계단에 앉아 쉬기도 하고 내려다보며 구경도 했다. 사람이 많지만 틈을 잘 찾아서 올라가면 된다. 


계단 맨 위에 사람들이 몰려있길래 뭐가 있나 보니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찍혀서 나오는 전광판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찍히는 것이 아니고 매번 나오는 위치가 다르다. 광고를 한참 하다가 한 부분 찍혀서 나오고, 또 광고 한참 하고 또 다른 부분이 나오니 자기가 있는 곳이 나올 때까지 사람들은 마냥 쳐다보며 기다린다. 일부는 유난히 자주 나오는 쪽으로 이동해서 기다리지만 그것도 허사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나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없는 곳만 계속 나오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인가. 결국 위 전광판 사진에 나는 없다.

한편으로는 현대차의 광고 전략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나올지도 모르는 자신의 얼굴을 보려고 긴 광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야 하니까 말이다.


계단에 올라 뒤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저 멀리 보이는 허쉬 초콜릿이 참 탐났다. 초콜릿을 먹을 수만 있다면 쓸어왔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다행이다. 그것마저 먹었으면 이번 여행에서 살이 더 찔 뻔했다.

이 계단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보는 타임스퀘어가 참 좋았다. 그래서 여행 마지막 날 저녁에도 그냥 이 계단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타임스퀘어 근처에 있는 토이저러스라는 큰 장난감 가게다. 레고, 인형, 기념품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 실컷 구경했다. 그중에서 레고로 만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자유의 여신상이 가장 신기했다. 록펠러 센터 근처에 있던 레고 가게에서도 이렇게 빌딩을 만들어 놓았던데 참 대단하다.

 

토이저러스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밀크셰이크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어서인지 맛이 정말 진했고 가격에 비해 양이 많았다. 직원이 만드는 모습을 관찰했다가 나중에 집에서 비슷하게 만들어먹었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사실 별 레시피는 없고 아이스크림 잔뜩에다가 우유 넣고 갈아 마시면 된다. 꼭 하겐다즈가 아닌 다른 아이스크림이어도 그 방법이라면 다 맛있다. 여행기간 동안 타임스퀘어에 들를 때마다 마신 것 같다.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만큼 칼로리도 으뜸일 테지만 언제 또 마시나 싶어서 신나게 먹었다.



저녁이 되어가는 타임스퀘어

워낙 불이 번쩍번쩍하고 사람도 많아서, 혼자 밤늦게 공연을 보고 나와 걸어도 크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숙소 주변이 외졌거나 너무 멀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2. 공연 관람

일정에서 빼놓을 수 없던 건 바로 공연이었다. 내가 여행지로 뉴욕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이다. 내 버킷리스트에 있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보기'가 완성되었다. 그런데 그 리스트는 하나를 지우면 또 다른 하나가 생기는 마법 같은 존재다. 하나를 하면 또 다른 걸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혹시나 나처럼 여기가 거기인지, 거기가 여기인지 몰랐던 사람이 또 있을까. 브로드웨이 공연장들은 거의 타임스퀘어를 둘러서 있다. 계획을 세울 때 지도를 보고 뭔가 엄청난 발견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브로드웨이 42번가



tkts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 티켓을 판매한다. 아직 판매되지 않은 당일 공연 좌석을 할인해서 팔고 있기 때문에 운 좋으면 정말 싼 가격으로 명당자리에 앉을 수 있다. 위에 나왔던 타임스퀘어의 전망대 계단 뒤쪽으로 돌아가면 찾을 수 있다. 근데 워낙 크게 'tkts'라고 쓰여 있어서 찾기 쉽다. tkts는 타임스퀘어 말고 다른 곳에도 있다. 

나도 이걸 이용할까 고민하다가 혹시 제대로 못 보는 일이 생길까봐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를 하고 갔다. 브로드웨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보고 싶은 공연을 선택하고 그에 연결되는 사이트에서 예매를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http://www.ohshow.net/에 들어가면 그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 


보고 싶은 공연이 참 많았지만, 브로드웨이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던 '지킬 앤 하이드'와 '시카고', 그리고 당시에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원스'와 '라이온 킹'을 골랐다. 

지킬앤 하이드 공연장 입구
지킬앤하이드가 공연된 마르퀴스 극장에 걸려있는 포스터들

예전부터 '지킬 앤 하이드'에 대해서 "한국에서만 유난히 인기가 많은 뮤지컬이다", "한국에서 라이선스로 하는 지킬 앤 하이드가 브로드웨이의 것보다 훨씬 낫다"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 내가 본 건 한국인 프로듀서가 참여한 공연이었는데도 연출이 꽤 달랐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물론 같았지만 익숙한 장면들과 달라서 흥미롭게 봤다.


뮤지컬 '시카고'를 관람한 엠베서더 극장이다. 시카고는 한국 라이선스 공연과 완전히 똑같았고 배우 몸짓마저 많이 비슷해서 놀랐다. 그러면 '뭐하러 그 많은 공연 중에 이걸 봤나'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워낙 이 작품의 OST를 좋아해서 생생한 라이브에 대만족 했다. 


뮤지컬 '원스'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에는 이 공연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이라 영화만 본 나로서는 가장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며 노래와 연기를 하는 것이 참 대단했다. 극 초반부에 원스의 대표곡인 'Falling Slowly'의 라이브를 듣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 공연이든 마무리 즈음에 Reprise가 나오면 더욱 감동이 배가 되는데, 이 곡의 Reprise를 들으며 안타까움에 가슴을 쳤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후에 이 공연이 한국에 라이선스로 올라왔을 때 관람했는데 한국어로 된 가사와 대사도 참 멋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남자 주인공이 밖에서 기다리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사실 이 사진은 내가 관람하고 기다렸다가 찍은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날 근처에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어제 공연에서 본 배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다니 운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 옆에는 다른 배우들의 퇴근길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도 한국에서처럼 배우들의 퇴근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걸 보니 신기했다. 지나가던 행인이 의아해하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있는지 물어보고는 '아, 원스...'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우리네랑 똑같았다.


뮤지컬 '라이온 킹'을 관람한 민스코프 극장이다. 우리는 소극장이어도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기다릴 수 있는 로비가 있고 화장실 이용도 가능한 편인데 브로드웨이에서는 중형 정도의 크기여도 그렇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 공연장은 꽤 큰 규모라서 로비에서 사진도 찍고 화장실도 갈 수 있어서 편했다. 

라이온 킹을 예매하기 전, 관람할까 말까 고민하며 후기를 읽었더니 좋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저 그렇다는 평도 있었다. "그냥 아주 비싼 인형극이다"라는 글을 읽고 내려놓으려다가 유튜브에서 영상을 몇 개 보고 관람하기로 했는데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공연 예술의 정점을 본 느낌이었다. 

특히 첫 장면의 'Circle of Life'는 최고였다. 태양이 넘실넘실 떠오른 무대 위로 주술사 원숭이가 나와서 노래를 시작하면, 2층 객석 복도에 흩어져 기다리고 있던 다른 동물들이 이어서 노래하고, 그 다음에 1층 객석의 양쪽 통로로 다른 동물들이 줄지어서 무대로 올라간다. 그 모습이나 음악이 정말 장관이었다. 너무 멋있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여기서 이런 멋진 공연을 볼 수 있게 되다니'라는 감격 때문인지 갑자기 울컥했다. 

내용은 이미 잘 알려진 디즈니의 라이온 킹 애니메이션 하고 똑같았다. 하지만 뮤지컬의 장점을 100배 살린 공연이었다. 배우들이 단순히 몸에 페인팅을 하고 동물 탈을 쓴 것이 아니라, 인체와 동물 중 공통점을 찾아서 최대한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분장을 한 모습에 감탄했다. 




3. 맛집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맛집이 아닐까. 여행 전에 열심히 검색하여 찾은 타임스퀘어 주변 맛집인데 지금은 이미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가게들이 되었다.


그중에 하나인 쉑쉑 버거다. 사실 체인이라서 뉴욕에도 여기저기에 있다.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버거라고 소개되어 있길래 나도 미국에 왔으니 쉑쉑 버거 하나 베물어주는 사람이 되자 싶어 찾아갔다. 그런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바깥까지 꽤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줄을 서있다 보면 직원이 와서 메뉴판을 줄지 물어본다. 어떤 사람들은 자주 왔는지 됐다고 했지만 처음 온 나는 메뉴판을 받아 열심히 살펴보았다.

뭐니 해도 가장 대표적인 메뉴가 나을 것 같아서 쉑쉑 버거와 셰이크로 결정했다. 나온 메뉴를 처음 보았을 때 미국 음식답지 않게 작다고 생각했는데 먹다 보니 배가 불렀다. 맛은 있었지만 다른 버거와 크게 다른 점은 잘 모르겠다. 사실 햄버거를 즐겨먹지 않아서 그런 듯도 하다. 


치즈케이크로 유명한 주니어스 베이커리다. 포크를 찔러 넣는 순간부터 여느 때와 다른 촉감에 엄청난 맛을 감지할 수 있었다. 너무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다. 바로 이 맛이다 싶어 하나 더 사서 먹었는데 결국 느끼해서 남기고 말았다. 한 번에 하나만 먹으면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즈케이크일 듯하다.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것 중에 최고였다. 한국에 주니어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 달려가서 먹었는데 가격이 훨씬 비쌌고 이상하게 맛도 더 달게 느껴졌다. 여행 중에 먹어서 더 맛있었던 걸까. 그래도 여전히 내 인생 최고의 치즈케이크임에는 변함이 없다.


맛집이라기보다 반갑고 놀라운 마음에 찍었다. 역시 한국 최대의 카페 체인 수를 자랑할만하다.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도 꽤 많아서 괜히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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