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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로빈 Mar 05. 2017

[뉴욕] 브루클린과 맨해튼 브릿지, 그리고 덤보

잊지 못할 장면을 선물 받은 곳


뮤지컬 'Once'를 본 날 오후, 감상에 푹 빠진 채 브루클린으로 향했다. 그래서 내려야 할 역에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초행길에서 눈과 귀를 다 열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강한 공연의 여운으로 OST를 들으며 지하철을 탄 것이 잘못이었다. 그리고 중간에 방송이 나오는 것 같았지만 별 말이겠나 싶어 무시한 것이 두 번째 실수였다. 원래 High Station에서 내려야 했지만 갑자기 선로가 다른 데로 바뀐 채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신이 퍼뜩 들어 그나마 가장 가깝다고 판단한 곳에서 내렸다.

역에서 내려 브루클린 브릿지로 걸어가는 중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브루클린 브릿지를 발견했다. 이 다리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다리 중 하나라고 한다. 공사 중이라 사진이 조금 아쉽게 나왔지만 벽돌 기둥이 투박하면서도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루클린 브릿지 옆에 있는 맨해튼 브릿지다.  얼핏 봐서는 비슷하지만 브루클린 브릿지는 벽돌로 기둥이 되어있는 반면 이 다리는 철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리를 구경한 뒤 덤보(Dumbo)로 걸어갔다. 브루클린 브릿지가 생기기 전에 이스트강을 건너던 배의 항구였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 공장과 창고들이 있었지만 1970년대에는 저렴한 주택가가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의 거처로 재탄생하였다. 새로 들어온 거주자들은 이곳의 개발을 막기 위해 예쁘지 않은 이름, '덤보'로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역사적인 장소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이곳을 걷다 보면 예술 거리 같은 느낌이 든다. 

저 너머에 작게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맨해튼 브릿지 아랫부분의 중간에 오도록 찍는 것이 백미라고 한다. 사진이 흐리게 나오기는 했지만 성공은 했다. 그런데 차도 중간에 서서 찍어야 저렇게 나오기 때문에 조금 위험하기는 하다. 다행히 지나가는 차가 없어서 문제는 없었다. 공사 중이라 이 사진도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마음에 든다.



무한도전 촬영지로도 우리에게 익숙한 덤보



근처의 서점에 들어가 걸려있는 그림들을 구경했다. 비록 남겨둔 사진은 없지만 거칠면서도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점 분위기가 좋았다.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라는 가게다. 여기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렇게 하여 미국 국기로 싸인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 맛에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달콤하고 시원해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해지는 모습을 구경했다. 순간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에 사진기를 꺼내는 데 아이스크림이 손에 들려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천천히 먹는 습관 때문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이 아쉬웠다. 컵으로 받아올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사진기를 내려놓고 해지는 모습을 한참 동안 구경했다. 

이 여행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면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을지 궁금했다. 그토록 원하던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을 때, 혹은 타임스퀘어의 계단에 앉아 내려다볼 때가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이때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 아이스크림으로 끈적거리는 손을 비비며 해지는 것을 바라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혼자 여행을 하면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아름다운 순간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건 조금 쓸쓸하다. 이따금 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정말 아름답지 않았어?'라고 말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저 건너에 보이는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 이 곳에 대한 소개글을 읽었을 때 내 취향이라 꼭 들러야겠다 마음먹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원래 마지막 날에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모마 미술관에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아쉬워서 다음에 뉴욕에 가게 되면 제일 먼저 방문하고 싶다.



이제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서 맨해튼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리 위를 걸으며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참 매력적이다. 



여기서 스파이더맨이 떠올랐는데, 여행 후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브루클린 브릿지가 나오는 것을 보니 반가웠다.



브루클린 브릿지 위에서 내다 본 풍경



여행자들이 기념으로 다리에 걸어 둔 자물쇠들. 집 자물쇠를 뜯어 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고 튼튼한 것도 있다. 



브루클린 브릿지 위에서 바라본 맨해튼 브릿지를 찍은 것인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함께 잘 나왔다. 내가 찍은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다 건너와서 먹은 나의 저녁, '길거리 굵은소금 프레즐'이다. 혀 끝에 느껴지는 소금이 바삭바삭 씹혀서 조금 짜긴 하지만 쫄깃하고 맛있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걸 볼 때마다 먹어보고 싶었는데 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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