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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로빈 Apr 24. 2023

과거와 미래의 나를 만난다면

내 안의 타임머신 작동기록



멀리 담 모퉁이에서 어린 나를 훔쳐보면 도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적어도 웃음이 날 것 같진 않다.
할 수만 있다면 꼭 한 번 가슴 가득 따뜻하게 안아주고 돌아오고 싶다.

- 오태호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드라마 '선덕여왕'의 한 장면이다. 왕이 되기 전과 후, 수많은 일을 겪어온 덕만이 죽음을 앞두고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말없이 안아주는 부분이다. 앞으로 거쳐야 할 고난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응원이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과거의 나를 본다면 어떨까, 혹은 미래의 나를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떠오르고는 한다. 아마도 내 안의 타임머신을 작동시켜 준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 후로도 타임슬립을 다루는 작품을 즐겨 보았지만, 여기에서는 김이나 작가의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라는 책과〈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13 going on 30)〉이라는 영화를 담았다. 책으로는 과거의 나를, 영화로는 미래의 나를 만날 수 있다.  






기억이 압축되는 과정은 꼭 컴퓨터 조각 모음 같다. 기억 저장소의 용량이 가득 차면 알아서 소분되는 시간들. 그렇게 압축된 기억 더미들에는 제목이나 대표 섬네일이 붙여지고 우리는 그것을 '추억'이라 부른다. 추억은 쓸모로 평가되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짐짓 실용과 효용으로 살아가는 체하지만, 결국 인간은 추억으로 살아간다. 유난히 자주 떠오르는 시기가 있다면 거기가 바로 앤디의 장난감 상자 같은 곳이다. p.114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마치 사진을 모아둔 앨범처럼 순간이 모여서 이야기를 이룬다. 그때의 상황과 감정이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이루어 지금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다. 좋은 기억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억도 있지만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학교 운동장과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시절, 언니와 음식을 만들어 먹고 비디오를 빌려 보던 시간이 좋았다. 그때가 그립다고 해도 매일 매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만일 과거로 간다면 '맞다, 이런 일도 있었지'하면서 잊고 싶던 부분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지루한 일상을 다시 살아내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지인이 말하기를, 다니던 초등학교에 오랜만에 가봤더니 너무 작고 초라해서 조금은 실망했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살던 동네를 추억 삼아 돌아본 적이 있다. 생각보다 많이 낡아서 그동안 시간이 흘러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 기억이 왜곡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추억은 상자에 넣어 내 안에 담아두었다가 가끔 꺼내볼 때 가장 아름다운가 보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이지만, 그때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다.
보호자의 눈으로 스스로를 볼 줄 아는 시선도 생겼다. '요즘은 너무 달렸다. 쉬자!'라거나 '최근 식습관이 엉망이었으니 당분간 좋은 걸 먹어야 해!' 같은 잔소리를 스스로 할 줄 안다. p.61


믿기 어렵겠지만 어릴 때보다 지금 더 체력이 좋다. 이제는 평소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리가 올 때는 어떤 방법으로 회복해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열정만 가득하고 어디까지가 체력의 최대치인지 몰라서 결국 앓아누울 때까지 몸을 움직이고는 했다. 나는 사실 다른 사람들 보다 유난히 건강미가 넘치거나 잔병이라고는 우습게 볼 정도로 튼튼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나는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오래 달리기 경기를 하면, 천천히 완주만 하면 될 것을 우승을 해 보겠다고 열심히 뛰었다. 결국 3등의 타이틀을 거머쥔 채 다음날 앓아누웠다. 

이런 식으로 여러 번의 잔병치레 결말을 맺은 끝에 체력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었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매일 걷고,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하며, 가능한 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사소하게 두통이 있거나 속이 좋지 않을 때는 나름 찾아낸 치료법으로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 무리하고 며칠 쉬는 대신 오랫동안 꾸준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본연의 나를 틈틈이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바로 여행이다. 낯선 환경에서는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의 새로움뿐만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겁이 많았나? 혹은 내가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이었나? 싶은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p.174


예상은 했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서 나는 크게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홀로 참 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한번은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는 셔틀버스를 가까스로 놓친 적이 있었는데, 한 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워낙 설렘이 커서 그다지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기도 하고 주변을 서성이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뉴욕에서 토론토까지 가는 버스에 올랐을 때는 13시간 동안 경치 구경하고 음악 듣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낯익은 풍경이 보이기 시작해서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하며 시계를 보았을 정도다. 

이렇게 혼자 잘 지내게 된 데는 어린 시절의 영향이 있다. 그때를 떠올리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심심하다'이다. 초등학교 때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부모님의 맞벌이가 시작되었고, 언니와 나는 나이 차이가 있어서 학교에 있는 시간이 달랐다.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자율학습 시간이 꽤 긴 탓에 내가 학교를 마치고 와도 중고등학생인 언니가 오기까지에는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다.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었지만 학구열이 높은 편에 속하는 지역이라 다들 학원 다니기에 바빴다. 반면에 우리집은 그다지 형편이 넉넉지 않아 학원에 가고 싶어도 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혼자 보내는 때가 많았다. 집에 컴퓨터도 없고, 낮에는 텔레비전 방송도 하지 않아서 홀로 멀뚱하게 있었다. 너무나 심심했고 무얼 해도 시간이 가지 않았다. 허전함을 공부로 채울 정도로 열성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산책도 하고 그네도 탔다. 집에서는 나만의 놀이 방법을 개발했고 주말에 녹화해 둔 명작 영화를 돌려 보았다. 아직 어려서 옛날 영화를 이해하기에는 힘들었으나 러닝타임이 세 시간이라 길어서 좋았다. 나도 모르게 이러한 생활이 체득되었는지 어른이 된 지금은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가버리는 기분이다.

당시에는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거나 집에서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때로는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지나온 덕분에 어느 상황에도 나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며 온전하게 지내는 어른이 될 수 있었다. 결정을 앞두거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지만, 주로 혼자 일기를 쓰거나 걸으며 내면을 들여다본다. 혹은 별 이유 없이 단순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항상 누군가가 함께 있으면 좋겠지만 매 순간 그러기가 쉽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는 방법을 모르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다. 스스로 안정적인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도 성숙하게 이어나갈 수 있다. 지금은 이러한 것들을 알지만 아이였던 나는 그저 외롭고 심심했다. 그래서 가끔 어린 자녀가 집에 혼자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의 내가 떠올라 위로를 건네고 싶어진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잊고 지내거나 등을 돌린 것들에 대한 후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버린 것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예전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해야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런 순간들이 다가와도 잡을 수 없으니까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13 going on 30)〉이라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 '제나'는 13살이 되던 생일날 '빨리 30살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빈다. 눈을 떠보니 이미 30살이 되어있었고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모른다. 운 좋게도 어린 시절에 원하던 걸 다 가진 사람이었다. 한 잡지사의 능력 있는 편집장이었고 돈도 꽤 모아둔 데다 조금 이상하지만 잘생긴 애인도 있다. 제나는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며 어른으로서의 삶을 즐겼으나 서서히 자신이 벌여온 일들에 놀라며 실망하게 된다. 소중한 단짝 친구였던 매트와 절교하고 부모님과도 서먹해졌으며 경쟁 잡지사에 정보를 빼돌리고 있었다. 그나마 곁에 둔 지인들은 뒤에서 제나를 배신했다. 매트를 찾아가 예전처럼 지내고 싶어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제나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채 다시 13살로 돌아갔고 이후에 매트와 결혼하며 끝이 난다.






아무리 진부하게 들려도, 행복은 언제나 우리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지 나의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 뿐. p.103


30살의 제나는 13살 소녀가 꿈꿀 만한 조건은 갖추었지만 가치는 잃어버렸다.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서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중하면 이외의 것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대부분의 자원을 목표에 투자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 비중을 둘지는 각자의 몫이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균형점을 찾는 것일 테지만 결코 쉽지 않다.

어릴 적 어른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성공한 어른'이었다. 성공의 기준은 다양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영향력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맘때 즐겨 읽던 위인전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름을 남길 만한 업적을 이루고 말과 행동에 파급력 있는 사람. 위인전에 보면 다들 어린 시절부터 범상치 않던데 나는 어렵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어른이 되기를 바랐다. 지금도 여전히 영향력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의미는 다르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한 사람에게라도 어떤 기운을 나눌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둔다. 이른 아침 피곤한 몸으로 버스에서 내릴 때 기사분이 건네는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와, 이직한 회사에서 스스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 상사가 전하는 '잘하고 있어요. 지금처럼만 해주세요'라는 격려가 그 어떤 위대한 인물이 남긴 명언 보다도 더 크게 다가온다. 일상에서 따뜻한 언어를 건네며 소소하게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영향력 있는 어른이 아닐까 싶다. 한 사람으로 시작된 긍정적인 기운은 도미노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퍼져나갈 것이다. 따라서 내 주변에 머무르거나 길고 짧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엄마, 돌아가고 싶었던 적 있어요? 옛날로 말이에요. 만약에 지난 인생에서 바꿀 수 있는 선택이 딱 한 가지 있다면 뭘 바꾸시겠어요?"

"없어. 물론 엄마도 실수는 많이 했지만 어떤 것도 후회하지는 않아.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바로잡는 법도 몰랐을 테니까."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을 뛰어넘어 미래의 나를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지금 원하는 목표를 그때는 이루었을까 하는 기대감에 여러 가지 물어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겁도 난다. 현재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더이상 내게 남아있지 않을까 봐서다. 최대한 지켜낸다고 해도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기에 시간과 함께 손가락 사이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미래의 나는 상세하게 답해주지는 않을 거다. 좋았던 일들은 은근히 단서를 주면서 희망을 품게 하고, 그렇지 않은 일들은 굳이 말을 안 꺼낼 것이다. 미리 안다고 해도 벗어날 방법이 없을 텐데 마음만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또한 나 자신이 그런 상황을 겪어내며 성장할 거라 믿는다. 이와 같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라든지 미래라든지 현재라든지 그런 개념은 누군가 멋대로 정한 거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게 아니라, 장소라고 할까?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은 현재만을 사는 게 아닌 거죠. 다섯 살,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으니 그저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닌 거예요. 

인생은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잖아요. 행복한 결말도 슬픈 결말도 못다 이룬 일도 없어요. 결국 남는 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나 하는 것뿐이에요. 사람이니 가끔 외로울 때도 있지만 인생을 즐겨야죠. 즐겨도 된다고 생각해요." - 드라마 〈오오마메다 토와코와 3명의 전남편〉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는 말이 있다. 후회되면 과거를 바로잡으려 하고, 막막하면 미래를 엿보고 싶어하며, 이대로 좋으면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매일이 똑같이 흘러가는 듯해도 모두 처음 사는 날들이다. 그래서 후회를 남기기도 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내린 결정들이기 때문에 되돌아가도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장담하지 못한다. 이미 흘러버린 과거는 어찌하지 못한다 해도 현재는 다르다. 따라서 지나온 날은 경험치로 쌓아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

어릴 적 중간 및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면, 자고 일어났더니 모든 시험은 끝나있고 그동안 또 다른 내가 알아서 잘 봐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두렵고 걱정되더라도 마음 한 편으로는 분명 나 자신이 어떻게든 해놓았을 거라 믿은 것이다. 어른이 된 후 이처럼 결과가 불안하거나 막막한 상황에 놓였을 때 마치 허들을 넘듯이 눈앞에 놓인 것부터 하나씩 해 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끝나있기도 하고 예상보다 쉽게 해결되기도 했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에 달려있다. 과거의 선택은 지금 내가 어떻게 책임지고 이끌어가는가에 따라 다른 의미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는 미리 알지 못하는 이상 현재에 발을 붙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가끔 사소하게 해 놓은 무언가가 나중에 큰 도움이 될 때 과거의 나에게 참 고맙다. 또한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동안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면 후회가 적다. 다른 누구보다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를 인정할 수 있었으면 한다. 대단치 않더라도 그런 날들이 모여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질 것이다. 외부 평가로 키운 자존심은 비판에 무너지기 쉽지만, 내면으로 쌓은 자존감은 때로는 흔들려도 안정을 찾는다.

과거의 내가 나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할지 알 것 같다. 자랑하고 싶은 것도 있고, 머쓱해지는 일도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초콜릿과 커피를 끊었다고 하면 얼마나 놀랄까. 아마 미래의 나도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뉴스를 들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도록 현재의 내가 잘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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