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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Shrimpy May 22. 2024

단상 5

SNS 어플 2개를 지웠다. 그랬더니...

지난 주에 인스타그램과 다음카페 어플을 지웠다.


인스타그램은 지인들의 근황을 보고, 내 근황도 종종 올리며('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 좋아하는 강아지들을 팔로우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

다음카페의 경우 학교 다닐 때는 교수님께서 올려주시는 자료를 다운받고, 시험 직후에는 합/불 관련해서 올라오는 정보를 접하려고 시작했다가, 공부가 끝난 후에는 시간 업데이트 되는 '인기글'들을 보려는 용도로 사용했다.


두 어플을 사용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내가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을 때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출산휴가가 시작되고 일을 하지 않으니, 갑자기 붕 떠버린 시간에 계속해서 인스타 피드와 다음카페 인기글을 새로고침해서 읽는 나를 발견했다.

SNS에 쏟는 시간이 적은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터라 불쾌한 기분이 들면서도, 계속 움직이는 손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이 때 마침, 작년인가 베스트셀러였던 '도둑맞은 집중력'을 뒤늦게 읽기 시작했고

어플 설계자들의 유일한 목표는 사용자인 내가 자기 어플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 그래서 더 많은 광고를 보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SNS에 쓰는 시간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태교는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불꺼진 방 안에서 동태눈으로 자극적인 피드만 반복해서 보는 예비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인스타그램이나 다음카페 인기글을 보면서 장점도 있었다.

육아용품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되는 임산부/수유부 인스타툰 작가님들의 피드도 있었고, 다음카페 인기글은 당시 가장 핫하지만 뉴스가 다루기에는 마이너한 이슈들을 뉴스보다 빨리 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내용들이 내 스크린타임을 늘리면서까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일까, 생각했을 때

답은 No였다. 


임신, 출산 관련 정보는 전문가이자 주기적으로 뵙고 있는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께 여쭤보면 되는 것이고,  

육아용품은 이미 맘카페와 주변 기혼 선배들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도 차고 넘쳤다. 

심지어 내 오래된 친한 친구들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그럼에도 자주 대면으로 만나고, 카톡하고, 통화하니 근황을 잘 알 수 있는데도, 나는 왜 그 외 지인들의 (편집된) 일상이 꼭 알고 싶을까.

그리고 예전에는 핫이슈를 가장 빨리, 많이 아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는데, 요즘은 오히려 그런 이슈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더 쿨해보인다. 

다음카페 인기글에서 다뤄주는 트렌드나 뉴스들은 내가 몰라도 지장을 주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어플이 깔려있는 이상 계속해서 손이 갈테니, 

학교 다닐 때 시험일 D-2주가 되면 늘 그랬듯 어플 자체를 삭제해버렸다.


일주일 정도 흘렀을까.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지난 주보다 50분 더 많이 휴대폰을 사용하셨습니다.'


...?!

인스타그램과 다음카페에서 보내던 시간을

폰에 아직 남은 맘카페 어플과 유튜브 어플에서 대신 보내고 있는 듯했던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그래도 나아진 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무의미하게 SNS 어플을 계속 새로고침을 하는 버릇이 없어졌고,

내가 지금 겪는 이 순간의 일상을 어떻게 편집해서 올릴지, 올리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하는 일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요즘은 자기 전에는 핸드폰을 다른 방에 치워두고, 낮에는 책을 더 읽으려고 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휴대폰 사용 시간이 1시간 이상 줄었다는 알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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