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의개미 Jan 07. 2017

당신에게

주먹밥 만들기 왕으로부터

 당신을 만났다. 요즘 나는 매우 힘들었다. 오늘은 회사도 안 가고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으니 원래도 좋아지는 중이었을까? 어쨌든 나는 폭풍 트윗을 했다. 이것을 당신에게 편지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미리 줄글로 만들어 둔다.


 세상엔 좋은 것들도 많다! 세상이 나 죽으라고 고사 지내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난 좋은 것들을 만나면 괜찮아 질 수 있는 때 였나보다. 만날 때 까지 만날 것을 모르고 이렇게 좋아질 것을 잘 모를 뿐이었다. 만나면 나는 막 헤엄친다. 노래를 부르고 목소리는 매우 커지고 말투엔 성조가 생긴다.


 내가 이미 여러 사람에게 말해서 민망해져 버린 이야기들에도 그 사람은 나보다 더 화를 내준다. 왜냐면 그 사람은 나를 정말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그 사람 일에는 그 사람보다 더 화가 난다. 왜냐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도 그렇고 기뻐하는 것도 당황스러워 하는 것도 축하해주는 것도 서로 해줄 수 있어서 나는 참 좋다. 이 사람을 만나면 나는 먼지가 아니 된 기분이다. 이 사람이 나를 만들어 온 역사가 있어서일까? 아님 이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남아줬기 때문일까?


   어쨌든 당신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그리고 당신이 무언가 이런 나에게 말을 해주어서, 그리고 나의 말에도 당신이 대답을 해주어서 참 다행이라는, 당신이 나의 지하철을 기다려주고, 당신의 마지막 지하철이 오는 소리를 듣고 뛰어가줘서 기뻤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다행이라는 말을 하고, 내가 쓴 것을 다시 읽고 나니 당신이 없는 세상은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그것은 아마 포토샵으로 명도나 채도를 낮춘 세상 같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보단 음량이 낮거나 대비가 없는 쪽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당신 덕분에 다른 세상을, 더 나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걸 당신은 알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정말 다행이다.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좋다. 충분히 그리고 아주 좋다.









작가의 이전글 넉넉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