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
어떤 작가가 대화 장면에서 "두말하면 잔소리죠"나 "우리는 결국 여기까지인 거니?"와 같은 부류의 문장을 태연하게 쓰고 있으면 그 소설을 계속 읽어나갈 수가 없다. 이는 단지 관습적인 표현의 남발이라는 미학적인 결함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가 주변의 인간을 얼마나 피상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지를 드러내는 윤리적인 결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고투하고 그로부터 얻어낸 진실의 조각들로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널려 있는 저급한 작품들에서 보고 들은 것들로 인물 하나를 대강 조합해내고 있다는 뜻이다. -신형철, [이달의 예술 - 문학] 진실의 보호구역(2016.10.15), 중앙일보
새해의 목표가 있다면, 무리한 약속 잡지 않기, 아프면 병원 가기와 더불어 '사람을 평가하는 것 피하기'다. 이미 인생 모토에 '싫은 사람 만나지 말기'가 포함돼 있는 나에겐, 남을 단정짓지 않는 것 그리고 남에게 내가 좋아할 기회를 주는 것(또는 내게 다시 남을 좋아할 기회를 주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넉넉한 마음으로 나에게 익숙한 인물들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도, 편견 없이 관찰하고,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다시 조립해 보려고 한다. 나는 당신을 완성하지 않고 그저 쌓아갈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나는 관습적이지 않은,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특별한 당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건 나의 피로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것이다. 또한 미학적인 결함과 윤리적인 결함도 피할 수 있겠지. 그리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척척 만나는 당신들에 대한 나의 은근한 열등감을 마주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목표를 세우자 마자 싫어진 상사는 기회를 잃었다. 당신은 머저리야. 나의 여유는 내일의 인물들에게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