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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Flight May 30. 2020

"외국어도 서비스다 (4)"

- 4개 국어 한꺼번에 공부하기 -

1. 나는 왜 한국어를 공부하는가


지금까지 중국어, 일본어, 영어에 대한 나의 도전기를 작성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어떻게 이 3가지 언어에 한국어를 더해, 4개 국어를 한꺼번에 즐기고 있는지 (나에게 있어 언어는 공부가 아니라 '취미'다) 써보려고 한다.


여기서 잠깐, 한국어가 외국어에 들어가냐고? 너 혹시 외쿡인아냐? 아니다. 나는 토종 한국 사람 맞다. 영어에서 충청도 냄새가 나는....그래서 내가 영어로 말하면 사람들은 달을 보지 않고 자꾸 손꾸락만 쳐다보며 "너 충청도지?" 묻는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어에는 수식어가 붙는다. 정.확.한 한국어. 나는 서비스 할때만큼은 정확한 한국어를 사용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렇다면 정확한 한국어란 어떤 것일까?


승무원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으로 '사물 존칭'이 있다. 예를 들어 승무원이 승객에게 음료 서비스를 하면서 "여기, 커피십니다. 말씀하신 오렌지 주스십니다"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승무원. 손꾸락 보지 말라니깐요). 또 기내 판매시 "주문하신 물건이십니다. 10만 5천원 이십니다" 뭐 이렇게 사물 존칭을 사용하는 승무원들이 간혹 있다.


어떤 승객이 회사에 편지를 보내 지적을 하셨다. '승무원들이 이상한 표현을 쓴다고'. 이후 회사에서도 승무원들이 정확한 한국어 표현을 쓰도록 교육하고 있다. 나도 노력 중이다.



2. 필사를 통한 한국어 문장 강화


말도 정확해야겠지만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하루 하루 내 글을 읽는 분들이 늘어나다 보니 '글'에 신경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보여주기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내 얘기를 쓰다 보니 남들이 와서 보게 되고, 남들이 와서 보게 되니 내 얘기를 쓰는 거다)


글을 쓸때는 정확한 표현을 쓰는지, 문법적 오류는 없는지, 어휘는 맞게 쓰는 건지, 좀 더 다른 표현은 없는지 살짝 고민한다. 너무 오래 고민하면 그건 취미가 아니라 노동이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글 쓰기는 밥 벌이가 아닌 그냥 취미이기에, 오랫동안 고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왕 쓸거 잘 쓰고 싶고, 맞게 쓰고 싶고, 읽는 사람의 마음에 살짝 바이브레이션을 주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이다. 살짝~ (수식어가 너무 많고, 띄어쓰기도 틀리고, 단문도 아니어서 호흡이 너무 긴거. 안다)


글을 쓸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서 택한 방법이 '필사'다. 책을 보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줄을 치고, 페이지를 접어 놓은 후 나중에 노트에 옮겨 적는다. 옮긴 글은 수시로 읽어보며 (이때는 목소리를 내서 읽는다) 그 글의 향기가 내 글속에서도 묻어나길 빌어본다.


필사는 예전에도 몇 번 시도해 본적이 있다. 오래가지는 못했다. 책 읽기도 바쁜데, 책의 다음 내용이 궁금한데, 언제 책에 줄 치고 그걸 노트에 옮겨 적냐!며 필사를 하다가 급한 마음이 들어 포기하곤 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오래할 것 같다. 이제는 얼마나 책을 많이, 빨리 읽느냐 보다 얼마나 그 책이 내 인생을 의미있게, 풍요롭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한 구절 한 구절,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가 나의 가슴을 때리는 글 귀를 만나면 잠깐 멈춰 서서 가슴에 새기고 노트에 적는다. 읽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여운이 남는다.


내 필사 노트와 필사. '글씨 못 쓰네' 이런 거 보지 말자. 달을 가리키는데 자꾸 손꾸락을 보지 말자. (봤지? 손꾸락?)



3. 필사로 4개 국어 한꺼번에 즐기기


좋아하는 외국어도 즐기고 필사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꿩먹고 알먹기'다. 그래서 쌩떼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필사하고 있다. 어린왕자는 내용도 재미있지만 좋은 표현이 많아 많은 사람들이 필사를 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 집에는 어린 왕자 책이 종이책으로 10권쯤 있다. 이북까지 포함하면 15권쯤 되는 것 같다. 원문은 하나지만 번역가에 따라 문장이 달라, 좀 더 우리 말을 아름 답게 살려주는 번역본을 찾고 싶은 마음에 (이걸 '열정'이라고 불러도 좋다) 한 권 한 권 사다보니 열 권을 넘어버렸다. 지금은 얼마 전 작고하신 황현산님의 어린 왕자 번역본을 보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책만 볼 것 같다. (이 번역본이 제일 좋다. 나는)


매일 (하고 싶지만 그러진 못한다. 책도 읽어야 하고, 다른 책 필사도 해야 하고, 브런치 글도 써야 하고..)은 아니지만 틈날때마다 어린 왕자 책을 꺼내 한국어 - 영어 - 중국어 - 일본어로 필사를 한다. 필사 후에는 Hellotalk라는 어플에 접속하여 낭독을 한다. Hellotalk는 외국어 교환 (Language exchange) 어플인데 전세계 사람이 다 모여있다. 본인이 관심 있는 외국어를 설정해 놓으면 그 언어 사용자와 언어 교환을 할 수 있다.


어린 왕자를 필사 후 낭독해서 어플에 올려 놓으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하는 사람들이 와서 내 글을 읽고, 내 발음을 들어주며 가끔 교정도 해준다. 그들이 누군지는 모른다. 가끔 "친구 하자"고 유혹도 하는데, SNS에서 만나는 친구는 의미없다는 것을 알기에 정중하게 거절한다.


어린 왕자 필사 노트


* 발음이 구리네~ 충청도 사람 맞네~ 그런 말 할거면 듣지도 말자. 자꾸 손가락만 쳐다 보고 말야. 달을 봐야지.



4. 앞으로의 외국어 도전


수첩을 어디 놨뒀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집에 수첩이 너무 많아(수첩 수집 병이 있다. 이것 저것 끄적일게 많다 보니. 다음에는 '승무원 수첩'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봐야겠다) 어떤 수첩에 써놨는지 모르겠지만, 써 놓은 것이 확실한데, 언젠가 수첩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40대가 끝나기 전에 (차마 '50대 전까지'라고는 못 쓰겠다) 5개 국어를 배워보자."


그리고 그 5개 국어를 수첩에 적었는데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네팔어였다. 그런 걸 버킷 리스트 (BUCKET LIST)라고 부른다. 오래 전 일이다. 그래서 수첩을 어디 놨는지, 어떤 수첩인지 기억 못하는 거다.


쓰고 나니깐 또 하게 되더라. 그래서 종로에 있는 스페인어 학원을 2달 다녔다. 수강생은 나 혼자였다. 학교 다닐 때 1학기 배웠던 언어라, 영어 배운 사람은 쉽게 배울 수 있을 거라는 말에 공부를 시작했는데 뭔가가 부족했다. 바로 '동기'. 스페인어를 배워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주변에 스페인어 쓰는 사람도 없고, 비행기에서 스페인어 쓸 일도 없고 (있을텐데 내가 잘 못하니 쓸 일이 없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는 일하면서 워낙 많이 쓰니까 배울 필요성이 있었고, 배워 놨더니 쓸 일이 많아져, 계속 공부할 수 있었는데, 스페인어는 그게 아니었다.


네팔어는 나중에 은퇴 후 아내와 일년 이상 살고 싶은 나라이기에 - 포카라라고 히말라야 설산 풍경이 멋진 도시다 - 미리 배워둘 생각인데..아직은 생각 뿐이다.


그렇지만 스페인어와 네팔어는 언젠가는 꼭 (40대가 지나가기 전에) 다시 (스페인어) 배울 생각이다. 어디에 놨던는지, 어떤 수첩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수첩 한 편에 '40대에 내가 하고 싶은 일, 나의 버킷 리스트'에  그 두 언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적으면 해야 한다'



5. 나의 외국어 도전기 글을 마치며


외국어 공부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특히 영어에 감사한다. 영어를 통해 항공사에 입사했고, 승무원이 되었고, 아내를 만났고, 지금 런던 히드로 공항 앞 르네상스 호텔 1520호에서 자판을 두들기고 있으니 영어가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 모든 것은 시작은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작은 누나에게 던진 질문에서부터였다. "누나, 근데 형용사가 뭐야?" 그날 이후로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 영어의 비밀 (판도라의 상자)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그리고 지금의 '나'가 되었다. 그 질문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언어 공부는 내 일에서 꼭 필요한 도구다. 비행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국적이 워낙 글로벌 하다 보니 그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나는 언어를 배운다. 모든 언어를 다 배울 수 는 없지만 그날 비행기가 날아가는 나라의 인사말 정도는 배워두려고 노력한다. '쌩바노, 바이알라, 스파시바, 즈드라스뿌이쩨, 메씨뽀꾸, 수쿠리나, 던네밧, 나마스떼, 부에노스디아스, 살롬, 토다라빠, 커푸캅, 사와디캅, 앗살람말라이쿰 (더 많은데 그만 쓰자)'등 내 머리속에는 수십 개 언어의 인사말이 저장되어 있다.


생소한 국적의 승객을 만나면 내가 먼저 묻는다. "How do you say 'hello' in your language 당신 나라 말로 '안녕하세요'를 어떻게 합니까?" 그럼 그가 알려준다. 그 말로 다시 인사를 건넨다. 그럼 승객이 씨익 ^^ 웃는다. 


그 미소를 기억해 놨다가 서비스 하면서 또 묻는다. "How do youu say 'Thank you' in your country?" 너희 나라 말로 '고맙다'가 뭐니? 그가 그의 모국어로 '고맙다'는 표현을 알려준다. 그럼 이렇게 응대한다. "So, you thank me, right?" (나한테 고맙다고?) 그럼 또 Why not? 하며 그가 웃는다.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마법을 부려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사말은 '나마스떼'이다. 이 말에는 의미가 들어있다.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이 인사를 건넬 때는 두 손을 합장하는 게 예의다. 카투만두 비행을 갈때는 네팔 승객들에게 '나마스떼' 인사를 건넨다. 그럼 그의 신도 나에게 '나마스떼'한다.


'나마스떼'하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또 삼천포다). 2008년도 였던가? 혼자 안나푸르나 트렉킹을 갔을 때, '언덕'이라는 뜻의 '힐레'마을을 걷고 있었다. 계단이 무척 많아 마을 이름이 '힐레 (언덕)'다. 세시간 정도 계단이 이어져 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포터 없이 혼자 힐레 마을을 걷다가 잠시 쉬어갈 겸 멈춰섰는데, 허름한 집에서 귀엽게 생긴 여자 아이가 뛰어 나오며 '나마스떼' 인사말을 건네준다. 소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내 인생 사진 중 하나다. 사진 속 그녀의 미소 속에서 정말로 신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 한, 아니 내가 이 세상에서 숨 쉬고 있는 한, 나의 외국어 도전기는 계속 될 것이다. (라고 쓰고 방금 호텔 로비에 내려가 아침을 픽업해 왔다. 매일 같은 종류의 세 번째 아침밥,  오늘이 마지막이다. 다음 글은 한국 돌아가서 쓸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내 안의 신이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나마스떼, 던네밧'. See you in Korea


힐레에서 만난 소녀,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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