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많은 승무원들이 비행을 쉬고 있다. 우리 회사 승무원들도 팀별 교대로, 1개월 근무 후 4개월 쉰다. '쉬면서 무얼 하면 좋을까?' 다들 똑같은 고민을 하는가 보다. 항공사 직원들만 볼 수 있는 어플에는 '쉬면서 뭘 하면 좋을까요? 쉬는 동안 다들 뭐하나요?' 묻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 개씩 올라온다.
어떤 승무원은 제빵을 배운다고 하고, 또 어떤 승무원은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고 있단다.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고, 평소 못 놀던 거 이 기회에 원 없이 놀아보겠다는 승무원도 있다. 개중에는 '성형 수술'을 한다는 사람도 있다. 이뻐지고 잘 생겨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지가 중요한 승무원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사실 나도 얼마 전 성형 비슷한 걸 했다.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누군가는 이걸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수술이건 시술이건 아무튼 내가 한 것은 '하안검 수술'. 일명 눈밑 지방 재배치 수술이다. 평소 눈 밑에 지방이 많아 인상이 어둡고, 난 별로 피곤하지도 않은데 '피곤해 보인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그 수술을 제안한 것은 아내였다. 아내도 결혼 전 하안검 수술을 받고 인상이 환해졌다며 나에게 추천해 주었다.
수술 날짜를 잡았다. 날도 좋다. 2019년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 날 수술을 받고 다음 날, 나는 다른 이미지로 환골탈태한다. 그해의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입국을 하니 아내가 공항으로 픽업을 나왔다. 수술 후 며칠 동안은 제대로 씻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공항 근처 목욕탕에 가서 30분 동안 때를 밀고 병원으로 갔다.
수술을 기다리는데 어떤 아가씨가 오더니 눈썹도 하자고 한다. 나는 망설이는데 아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 눈썹 숱이 많지 않아 인상이 흐리고 밋밋하단다. 졸지에 눈썹 문신까지 하게 되었다. 눈썹에 마취 크림을 바르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문신을 그린다. 마취를 해서 아프진 않았지만 눈 위로 '서걱서걱' 뭔가를 베는 느낌이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다.
눈썹 시술을 마치고 드디어 하안검 차례다. 수술 방법은 외부 절개와 내부 절개가 있는데, 외부 절개가 효과는 더 좋지만 흉터가 한 달 이상 남는다고 해서, 겨우 2주 휴가를 받은 나는 내부 절개 방법을 택했다.
반수면 마취를 하고 눈을 뒤집어 깐다. 눈을 까면 내 눈앞은 백색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반수면 상태라 눈 앞에 무언가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느껴지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눈 속 지방이 잘려 나가고, 피가 흐르는 광경은 안 보는 게 낫다.
수술 후 마취가 덜 깬 상태의 몽롱함을 안고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에 왔다. 삼사일 정도 눈이 퉁퉁 부어 밖에 나갈 땐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나갔다. 또 그동안 세수도 못하고 물티슈로 눈곱만 뗐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부기가 빠지고, 십일 정도 지나니 자연스러워 졌다.
수술 후 비행을 갔는데 옛 팀원을 만났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와중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뭔가 달라진 거 같은데, 뭔지 모르겠네요". 비밀 유지를 약속으로 달라진 부위를 말해주니 그녀가 손뼉을 치며 웃는다. 감쪽 같이 잘됐다고. 자기 남편도 해줘야겠다며 시술 가격과 병원을 물어본다.
내 인생에서 성형 같은 걸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거울을 볼때마다 혼자서 으쓱해진다. 6개월쯤 지나니 눈썹 문신이 조금 옅어진 것 같다. 리터칭을 받아야 하나? 살짝 고민이 든다. 또, 요즘 아내가 동네 피부과에서 받고 있는, 피부가 하얘지는 시술에도 귀가 솔깃해진다. 아무튼 성형 수술을 고민하고 있는 동료 승무원 여러분, 지금이 이미지 변신의 기회입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