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by Marie Kim


승무원들이 머무는 호텔엔

어디든 귀신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아시아나 승무원들이 묵고 있는

호텔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 각 도시마다 귀신은 어찌나 많은지..

저마다 사연 가득 담은 귀신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하나 둘 입을 타고 퍼졌다.


그 호텔에 배정되면

잠드는 게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특정 호실이나 특정 층이 걸리면

방을 바꾸거나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자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타깝게도 한 승무원이

호텔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있었고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일은

단 몇십 분 만에 회사 전체에 퍼졌다.


그리고

그 호텔은 곧바로 흉흉한 호텔로 전락해 버렸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나는 바로 그 도시로

3박 4일의 레이오버 비행을 가게 됐다.


비행 전 브리핑룸은 술렁였다.


-몇 동이래?

-몇 층이래?

-그 방은 안 준다더라.

-아니야, 랜덤이래

-무서워…


그때,

조용히 지켜보던 매니저님이

책상을 ‘똑똑’ 두드리며 경쾌하게 말했다.


“무슨 일 있나요?”


후배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있어서요… 무서워요…”


몇 초간 정적이 흘렀고,

매니저님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귀신, 저한테 오라고 하세요!

전 그 귀신이 제 방에 오면, 꼭 안아줄 거예요.

제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


그 말에

브리핑룸은 조용해졌다.


나는 무섭다고 말하는 것도

왜인지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고,

매니저님처럼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말도 하지 못했다.


진짜 어른을 마주친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우리는 종종 두려움에

휩싸일 때가 있다.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이거나

일어날 가능성도 없는 일 이거나

혹은 아주 허무맹랑한 이유로..


하지만

누군가처럼 따뜻한 마음과 단단한 소신을 갖고 있다면

그깟 두려움쯤은

얼마든지 껴안고,

또 넘어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전 06화막내는 깍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