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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든 Nov 11. 2017

내정자를 제치고 입사한 비결은?

구글만 외국계가 아니더라

11년 전 일이다.
우연히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어느 듣도 보도 못한 한 외국계 기업에 완전히 꽂혀 버렸다.
일단 연봉이 당시 삼성전자보다 조금 높았고, 미국계고, 복지는 대기업 못지않고 업계 top이며 기타 등등.
그 회사에 대해 알아볼수록 이런 엄청난 회사를 왜 진작에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회사에 올인하기로 마음먹고 마감 공고 하루 전날까지 약 2주간 이 회사와 산업에 대해 공부를 하고 맞춤형 이력서를 작성하였다.

이력서에는 페이지마다  회사 로고를 스캔하여 붙이고, 하드카피로 출력을 해서 서류봉투에 넣고 서류봉투도 회사 로고를 인쇄해서 넣고, 마지막 풀칠은 하지 않고 회사 로고를 넣은 종이테이프를 만들어서 붙였다.

이렇게 정성을 쏟아부은 이력서를 들고 회사로 직접 찾아갔다.
노크를 하고 "어떻게 왔냐?'는 말에 자신에 찬 목소리고 "이력서 제출하러 왔습니다"
들려오는 한마디
"채용은 벌써 끝났습니다"

무슨 소리? 분명 마감일은 내일까지였다. 아무리 항변해도 최종면접까지 이미 끝난 상태라 어쩔 수 없으니 다음 기회에 오란다.

참 황당했다. 당시엔 외국계 기업이 공고 초반에 지원한 사람들 중에 괜찮은 사람들을 면접을 보고, 마음에 들면 공고 기간 내에도 모든 게 다 결정이 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무튼 속으로 너무 화가 났지만, 정중하게 "정성껏 준비한 이력서입니다. 시간 나실 때 부디 검토라도 한번 해주시면 감사겠습니다." 하고 90도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나와서 바로 달려간 곳은 인근 PC방
PC를 켜자마자 취업뽀개기 카페에 접속을 하고 (지금은 독취사,스펙업등이 대세지만, 당시 대세는 취업뽀개기였다) 면접 후기란에 그 회사명을 거론하며 엄청 씹어댔다.
'뭐 이딴~~~, 개념도 없는~~~ 붙어도 안 간다~~~ 절대 지원하지 마세요~~~'

조금 속이 후련했다.

PC방을 나와서 집에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어렵게 오셨는데, 면접이나 한번 보고 가시죠?"

'앗싸~~~' 하고 좀 전까지 씹어댔던 그 생각은  온 데 간데없고 신나게 그 회사로 달려갔다.

그렇게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갔던 회사에서 얼떨결에 당일에 부서장 면접을 보고, 이틀 뒤엔 사장님과 시내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1대 1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다음날 전화가 와서 다음 주부터 출근을 하란다.
'뭐가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듯이 이루어지지? '이미 입사가 결정된 사람은 어쩌나?' 좋은 것보단 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1주일 만에 두 번의 면접과 채용 결정, 이 모든 게 이루어지고, 결국 원하던 조건의 회사에 입사를 하였다.

나중에 회식 때 팀장님께 들은 얘긴데,
당시 본 공고 건에 대해선 내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 또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사장님의 인맥.

그 내정자는 본인이 당연히 입사가 된다고 알고 있어서, 면접 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온 데다 질문에 대한 답변도 불성실하게 해서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한다.
팀원들과 며칠 동안 이런 친구와 어떻게 일을 같이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찾아왔다고 한다.

직접 찾아온 것도 임팩트가 있었고, 범상치 않은 이력서의 layout에 감명을 받았단다.  
그리고 이력서 내용 또한 본인도 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 내용이 적혀 있어서 놀랐었고, 생전 그렇게 정성스레 쓴 이력서는 처음 봤고, 직접 찾아온 것도 내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친군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해서 불렀었단다.

윗 선 지시라면 무조건 yes를 하던 보수적인 팀장님께서 목숨 걸고(?)  내정자를 밀어내고 나를 뽑았다고 한다.

내가 그날 서류를 들고 찾아오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그 자신감과 밝은 표정이 마음에 들었지만, 이미 입사가 결정된 상황이라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이력서를 한번 보고는 나란 놈이  정말 궁금해서 다시 부를 수밖에 없었단다.

여기저기 많이 찌르느라 시간도 없는데, 무슨 이력서 한 장 적는데 2주를 투자하고 직접 찾아가기까지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옷 하나 사려고 해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비교해보고 사는데,  내 반 평생을 책임질 회사를 선택하는데, 그냥 집에서 send만 눌리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집을 인터넷으로 사나? 배우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온라인으로 결정하나?
취업도 집을 사고, 배우자를 만나는 것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 아닌가?

당연히 내가 가고 싶은 회사고 앞으로 함께 할 회사라면 어떻게 생겼는지, 그 회사가 진짜 그곳에 있는지 최소한 한 번은 방문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저 그런 이력서 100장을 뿌리는 것보다, 제대로 된 only you 이력서 1장이 채택될 확률이 더 높다고 감히 말한다.
나 또한 그전까지 뿌리기로 수십 번의 서류 광탈을 경험했으므로.

아무튼 블로그를 통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의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

진정성!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백번 떠들 것이 아니라, 뭔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취업도 마찬가지다.

'외로워서가 아니라 꼭 당신이여만 하고,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꼭 당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여야 한다

사실 이 내용은 온라인상에 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가끔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임팩트가 있지, 누구나 다 그렇게 한다면 별 감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취사, 블로그, 잡 앤, 이제는 브런치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보는데,  그 사람들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면, 그 효과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동안 이 내용은 오프라인 모임에서만 간간이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이것도 기우임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것을 알려줘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언제나 극소수라는 것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직접 발로 뛰어서 얻은 결과와 앉아서 얻은 결과의 차이를.  
그렇게 하면 할수록  자신이 계속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을.
실력의 차이보다 행동의 유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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