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달라는 말과 나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 다른 말일까?
당신네 회사에 취업을 하고 싶다는 그 본질은 같지만 말은 '아'다르고 '어'다르다.
전자는 수동적이고 후자는 능동적이다. 외국계 기업은 누굴 더 좋아할까?
당연히 후자다.
뽑아만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람과
나는 이 직무에 이런 역량과 스킬이 있으니 당신에 회사에 이렇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하는 사람
누구에게 더 신뢰가 가는가?
전자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과 우리 회사에 별 관심이 없고 그저 공고가 나서 그냥 한번 뿌려봐서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걸로 들린다.
누구나 제안(propose)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제안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구체적인 만큼 고민과 연구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두리뭉실한 표현을 쓰는 것은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귀면 잘해줄게, 결혼하면 정말 잘 해줄게
다 뻥이다.
"사귀면 두 달 뒤에 받는 월급으로 당신이 평소 갖고 싶어 하던 그걸 사주고, 1년 뒤엔 가고 싶어 하는 그곳으로 여행을 가자."
뭔가 고민한 흔적이 fact와 계획으로 나와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회사도 마찬가지
그냥 뽑아주면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람은, 결혼하면 잘 해줄게라고 하는 사람과 똑같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역량과 스킬을 A사에서 이렇게 발휘하여 3년 내에 현재의 시장점 유울 30%에서 40%까지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뻥을 쳐도 이렇게 fact를 가지고 쳐야 듣기라도 좋다.
이력서 자소서는 나를 뽑아 달라고 제출하는 서류가 아니라, 귀사나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서류이다.
나는 이런저런 사람이니 보고 알아서 뽑으려면 뽑고 싫으면 마라가 아니라, 현재의 직무와 포지션에 내가 적합한 사람이고 나를 뽑으면 귀사에 도움이 되니 뽑는 것이 좋다고 하는 제안의 형식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자신이 가진 능력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관련된 경험, 경력, 역량, 스킬 위주로 어필을 하고, 가진 능력으로 어떻게 저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
이것만 이력서 자소서에 제대로 녹이면 된다.
듣고 싶은 얘기는 오직 Why should we hire you? 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다.
달리 어려운 게 아니라 현 상황에 맞게 제대로 어필하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 뿐이다.
그동안 아낀 돈으로 오랜만에 여자 친구를 불러서 근사한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사주려고 한다.
근데 여자 친구는 전날 과음으로 인해 오늘은 점심은 뜨끈한 해장국을 먹고 싶어 한다.
스테이크를 사주고도 센스 없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고,
6000원짜리 해장국을 사주고도 많은 점수를 딸 수도 있다.
상대가 지금 원하는 것이 뭔지를 살피고, 그다음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