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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희 Jul 24. 2023

“더 썬” 우울에 대하여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냥 인생이 너무 버거워. 뭔가 바꾸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말해보라는 아빠에게 니콜라스가 하는 말.

그냥 이 세상에 내 몸과 머리와 존재가 있는 것 자체가 버거운 사람도 있다. <벌새>에서 손가락이 존재한다는 게 참 신비롭지 않냐, 던 선생님과 반대로 니콜라스처럼 '나'라는 존재 자체가 버겁고 싫은 경우도 있다. '더 썬'은 아무리 사랑해도 구원할 수 없는 그 버거움에 대해 말하는데, 행복은 허상에 불과하고 폐허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구할 수 없는 절망을 보여준다.(자력으로 성공한 아빠의 입장에서 우울증 걸린 아들을 관찰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이기도 함)


같은 감독에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라 '더 썬'은 필연적으로 '더 파더'와 비교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더 파더'가 딸의 시선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기록한다면 '더 썬'은 죄책감을 지닌 아버지가 우울증에 걸린 아들을 구해보려 발버둥 치는 이야기다. 티모시 주연의 '뷰티풀 보이'가 연상되기도.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부모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데, 더구나 이 영화의 아버지는 불륜 후 집을 나가 아들과 오래 떨어져 살았다. 더 이상 애가 감당이 안 된다는 전 부인의 SOS에 아들을 떠맡게 되고, 남자 대 남자로 대화하고 품어주면 아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거라 기대하고 계속 '우리 얘기 좀하자, 아빠가 여기에 있어. 왜 학교에 가기 싫은 거니' 말을 걸지만 아들은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다. 갑자기 "이게 다 아빠 때문이야. 아빠가 엄마에게 상처를 주고 우릴 떠나서 내가 이러는 거야"라고 화도 내지만 그건 아이의 진실이 아니다.


젠 맥그라스가 연기하는 니콜라스는 어른들이 보면 '도대체 왜 저래?' 이해 불가의 방황하는 소년이다. 끝없이 자해를 하고 갑자기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도 안 되는 외톨이다. 다른 리뷰에는 니콜라스를 '금쪽이'(한국식 문제아적 표현)로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 아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니콜라스의 마음에 대한 어떤 단서도 영화는 주지 않으니까. 방을 둘러봐도 얘가 취미가 뭐고 관심사가 뭔지 짐작할 수 없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한들 소용없다. 외적 요인이 아니어도 우울은 마음을 침범하고 지배할 수 있다. 그럴떄 사람들은 "팔자 좋다"고 비꼬기도 한다. 왜 이것도 버티지 못하니, 마음이 약한거 아니냐고. 그렇지만 어떤 슬픔과 우울은 아는 척 해서도 안 되고, 그 어떤 이해와 사랑으로도 보듬을 수 없다. 아들과 가족에 대한 영화일텐데, 니콜라스의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인생이 너무 버거워'라고 울먹이던 표정이 떠나질 않는다.

#더썬 #TheSon #휴잭맨 #젠맥그라스 #ZenMcGr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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