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냥 인생이 너무 버거워. 뭔가 바꾸고 싶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말해보라는 아빠에게 니콜라스가 하는 말.
그냥 이 세상에 내 몸과 머리와 존재가 있는 것 자체가 버거운 사람도 있다. <벌새>에서 손가락이 존재한다는 게 참 신비롭지 않냐, 던 선생님과 반대로 니콜라스처럼 '나'라는 존재 자체가 버겁고 싫은 경우도 있다. '더 썬'은 아무리 사랑해도 구원할 수 없는 그 버거움에 대해 말하는데, 행복은 허상에 불과하고 폐허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구할 수 없는 절망을 보여준다.(자력으로 성공한 아빠의 입장에서 우울증 걸린 아들을 관찰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형식적이기도 함)
같은 감독에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라 '더 썬'은 필연적으로 '더 파더'와 비교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더 파더'가 딸의 시선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기록한다면 '더 썬'은 죄책감을 지닌 아버지가 우울증에 걸린 아들을 구해보려 발버둥 치는 이야기다. 티모시 주연의 '뷰티풀 보이'가 연상되기도.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부모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데, 더구나 이 영화의 아버지는 불륜 후 집을 나가 아들과 오래 떨어져 살았다. 더 이상 애가 감당이 안 된다는 전 부인의 SOS에 아들을 떠맡게 되고, 남자 대 남자로 대화하고 품어주면 아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거라 기대하고 계속 '우리 얘기 좀하자, 아빠가 여기에 있어. 왜 학교에 가기 싫은 거니' 말을 걸지만 아들은 속내를 보여주지 않는다. 갑자기 "이게 다 아빠 때문이야. 아빠가 엄마에게 상처를 주고 우릴 떠나서 내가 이러는 거야"라고 화도 내지만 그건 아이의 진실이 아니다.
젠 맥그라스가 연기하는 니콜라스는 어른들이 보면 '도대체 왜 저래?' 이해 불가의 방황하는 소년이다. 끝없이 자해를 하고 갑자기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도 안 되는 외톨이다. 다른 리뷰에는 니콜라스를 '금쪽이'(한국식 문제아적 표현)로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 아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니콜라스의 마음에 대한 어떤 단서도 영화는 주지 않으니까. 방을 둘러봐도 얘가 취미가 뭐고 관심사가 뭔지 짐작할 수 없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한들 소용없다. 외적 요인이 아니어도 우울은 마음을 침범하고 지배할 수 있다. 그럴떄 사람들은 "팔자 좋다"고 비꼬기도 한다. 왜 이것도 버티지 못하니, 마음이 약한거 아니냐고. 그렇지만 어떤 슬픔과 우울은 아는 척 해서도 안 되고, 그 어떤 이해와 사랑으로도 보듬을 수 없다. 아들과 가족에 대한 영화일텐데, 니콜라스의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인생이 너무 버거워'라고 울먹이던 표정이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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