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송희 Jul 24. 2023

소설 보다: 여름 2023, 계절마다 챙겨보는 시리즈

공현진, 김기태, 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소설 보다: 여름 2023>

공현진, 김기태, 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보다> 계절 시리즈도 어느덧 출간 5년째다. ‘ 계절의 소설 선정해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시리즈 덕분에  쓰는 젊은 작가와 여럿 만났다. <소설 보다: 여름 2023> 역시 마찬가지.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김기태의 <롤링 선더 러브>, 하가람의 <재와 그들의 >이다. 하나의 주제로 묶이질 않는, 개성이 다른 소설가들의 단편소설을 읽고, 이어지는 작가 인터뷰를 읽는 것이  시리즈의 묘미다. 공현진의 단편소설은 암울하고 비관적인 제목과 달리 다정한 온기가 묻어난다.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에  어우러지지 못하는 주호와 희주는 수영장 초급반에서 만난다. 초급반에서 나란히 꼴찌인  사람을 향해 강사는 못하는 사람은 뒤로 빠지라고 소리 지르지만 눈치 없는 주호는 끝까지 앞에 선다.


대열에  끼지 못하고 강사의 철칙에 의도치 않게 반하게 되는  사람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같다. 작가는 수영장에 다니다가 주호를 떠올렸다고 한다. “ 뒷줄에  수밖에 없고, 서야만 하는 인물이 스스로 저항 의지나 악의 없이, 그저 눈치가 없어서 자꾸만 앞에 서게 된다면?”이라는 생각이었다. 세상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적당하고 당연하다 여겨지는 균형에 의해 돌아간다. 그렇지만  적당한 방식을 체득할  없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길길이 화를 내는 강사에게 도리어 주호가 묻는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롤링 선더 러브> 실존하는 데이트 예능 프로그램 <나는 SOLO> 떠올릴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 근데. 나는 사랑이  하고 싶다.’ . . 브이. . 그게 뭔데. 나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하고 싶다고 말하네.”(69)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 <솔로농장> 출연하게  맹희의 실시간 녹화 일정을 따라가는 소설은 <나는 SOLO> 얼개조차 모르는 독자라도 페이지를 아까워하며 넘길 수밖에 없다. 일반인 출연자를 품평하는 인터넷 댓글 내용까지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다. 취미, 노동, 연애, 모녀 관계  한국 사회의 일면을 흥미롭게 담아낸 세편의 소설과 함께 바야흐로 여름이 시작된다.


책속에서…


배추. 담백한 분위기로 이번에도 소란 없이 한명의 마음쯤은 얻을  있어 보였다. 양파.  남자를 울리려나. 토마토. 자기는 야채가 아니라는  의뭉스러운 매력으로 판을 흔들겠지. 브로콜리. 브로콜리…?

75

작가의 이전글 “더 썬” 우울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