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우리의 영식이와 옥순이는 그곳에서 행복하겠지?
코로나19로 봉쇄되었던 국경들이 작년 가을부터 하나 둘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고, 항공사들은 조심스럽게 국제선의 재운항을 시작했다. 겨울이 되자, 각국의 백신접종 기준과 PCR 검사 의무실시등과 같은 검역절차들이 간소화되기 시작한다. 그것과 맞물려 그동안 참아왔던 해외여행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득시무태 (得時無怠)', 다시 말해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는 전략으로 많은 항공사들이 항공편 증편에 많은 정성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해외 공항에서 현지 수속카운터등의 항공사 업무를 대행해 주는 조업사들은 이런 항공사들의 급진적인 증편 계획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공항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비자발적인 휴직에 들어갔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자 정든 일터를 떠나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동료들도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항공업의 체질은 허약해졌다.
수요와 공급. 포켓몬 빵 하나에도 댓바람에 오픈런을 위해 줄을 선다. 비행기도 있고, 운수권도 있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 '배'도 있고 '노'도 있는데, '노'를 저을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항공사는 증편을 원하고, 조업사는 인력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항공사들은 자체 직원들로 인력풀을 구성해서 카운터 업무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나는 SOLO'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회사는 요즘 '나는 FUKU'라는 예능 아닌 예능을 찍고 있다. 이번주에는 '나는 FUKU' 4기 멤버가 출범했는데, 이들은 현지 조업사의 인력 부족으로 후쿠오카 공항에서 우리 비행기의 여객 업무를 보조하게 된다. 나는 출연자들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를 지난 금요일에 진행했다.
후쿠오카(福岡)는 ‘행복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영식이와 옥순이는 그곳에서 행복하겠지? 카운터와 게이트 업무도 잘할 수 있겠지? 걱정 마, 불만건 접수되어도 한 번은 넘어갈게…
2023년 2월 3일 금요일
그래도 배는 앞으로 나아간다.
※ 참고
* 득시무태 (得時無怠)
좋은 때를 얻으면 태만(怠慢)함이 없이 근면(勤勉)하여 기회(機會)를 놓치지 말라는 말.
* 조업사 (Ground handler)
- 항공사의 여객, 램프, 정비 업무 등을 대행해 주는 업체를 일컫는다.
- 항공사도 조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지상 조업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있다.
- 우리 회사의 일본 미야자키 공항의 조업사는 ANA(전일본공수)이다.
※ 걱정 말아요 그대 (https://youtu.be/Dic27EnDD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