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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 비행기 Feb 21. 2023

오사카행 비행기에 빈자리가 있나요?

2화. 간사이공항 출장기

일본의 어느 눈 덮인 도시 위를 지날 때


大阪行きの飛行機に空席はありますか。

오사카행 비행기에 빈자리가 있나요?


항공사 직원이 자사의 항공편을 이용할 때 티켓의 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결제와 동시에 예약이 확정되는 티켓과 공항에서 대기 후 탑승을 해야 하는 티켓이다. 통상적으로 출장과 같이 회사의 업무를 위한 탑승은 확약된 티켓을 이용하고, 개인적인 여행과 같이 회사의 복리후생을 이용하는 경우는 공항에서 대기 후 빈자리가 있을 경우 탑승이 가능하다. 최근 오사카 노선의 증편이 긴급히 결정되었고, 조업사에서는 Weight & Balance 업무가 불가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부랴부랴 우리 회사 오사카지점 직원 대상의 Weight & Balance 교육이 잡혔다.


급하게 가는 출장이지만, 설마 평일인데 빈자리가 없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런... 만석이라 예약이 가능한 빈자리가 없다. 오사카 노선의 예약을 담당하는 M에게 사내 메신저를 보낸다. 참고로 M은 나의 입사 동기, 하지만 나는 경력직 입사라 나이는 조금 더 많다.


W : 설마 오사카 노선 실제 예약이 만석이야?

M : 응, 맞아... ㅜㅜ 내일 공항에서 노쇼 나지 않겠어? 우선 올려놓을까?


이래 저래 머리를 굴린다. 마침 후쿠오카는 자리가 조금 남아 있어, 후쿠오카로 들어가서 오사카로 이동하는 방법도 생각해 본다. 우선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에 초과 예약(overbooking)을 해놓고, 취소된 손님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만약에 자리가 나지 않으면 어떻게 움직이는 게 최적의 동선일지 다시 한번 계획도 세운다.


우선 업무에 집중하고, 퇴근 전에 다시 한번 보기로 한다. 그래도 혹시나 예약 취소자가 없나 싶은 찰나에, 환불 티켓 하나를 찾아냈다. 냉큼 결제를 진행한다. 왕복 6만 원. 출장 티켓은 유류할증료와 공항세만 지불하면 된다. 물론 회사비용으로 처리하겠지만.


이제 출장 준비를 시작해 본다. 일전에 노션으로 출장 준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뒀는데, 요즘 워낙 출장이 잦다 보니 체크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제 몸이 그 체크리스트들을 기억한다.


1. 환전

- Travel wallet 카드에 엔화를 적당히 충전

- 공항 도착 후 Aeon ATM에서 비상금용 현찰 출금 준비 (ATM 수수료 없음)

2. 호텔

- 아고다로 공항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닛코 호텔 예약 (조식 포함)

3. 입국 서류

- Visit Japan Web으로 입국서류 미리 작성하기
- 입력 항목 : Immigration (입국 심사), Quarantine (검역), Customs (세관)

- 입국과 세관은 바로 QR 코드가 발급되나, 검역의 '백신 접종 증명서 등록'은 전날 자기 전에 미리 신청해 놓기 (바로 승인되지 않음)

4. 데이터 로밍

- 온라인으로 e-sim 구매 후 등록


출발 당일이다.

좌석은 미리 지정해 놓았고, 카운터 마감시간에 맞춰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진행한다. 카운터에서 게이트까지 몇 분이나 걸릴지 계산해 보았다. (김해공항 국제선 기준)


1. 카운터 수속 : 2분

2. 카운터 직원과 인사 및 담소 : 2분

3. 신분 확인 검색대 통과 : 2분

4. 보안 검색대 통과 : 10분

5. 자동 출입국 심사 : 2분

6. 게이트까지 이동 : 2분


카운터 수속에서 게이트 도착까지 총 20분이 걸렸다. 사실 혼잡시간대를 살짝 비껴 난 시간이고, 김해공항의 특성상 공항 내 동선이 짧으며, 수속 절차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일반 손님은 늦어도 1시간 30분 전에는 공항 카운터에 도착해야 어느 정도 안정감 있게 수속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부 탑승객의 경우 보안검색대 혼잡으로 항공편 탑승을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김해공항 출국장 전경


오늘은 탑승교(Bridge, 탑승구에서 항공기까지 직접 연결된 통로)가 아닌 리모트 주기장(공항 청사와 떨어진 항공기 주기 공간)에 항공기가 있다. 탑승을 시작하고 램프버스를 타고 항공기까지 이동한다. 참고로 김해공항은 군사공항이라 사진 촬영이 불가하고, 행사 또는 특수목적을 위한 사진 촬영에는 공항 보안팀 직원이 동행하기도 한다.

 

8시 35분 출발 비행기.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허기지다. 예전에는 우리 회사도 모든 손님에게 기내식을 무상으로 제공했었다. 간편식이긴 해도 핫밀(Hot meal, 볶음밥등 데워서 나오는 기내식)도 있었고, 간단한 요기 정도는 기내에서 해결했는데 이제는 시류에 따라 모든 게 유상으로 판매가 된다. 물론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와 같은 FSC(Full Service Carrier)는 노선에 맞춰 아직도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오늘 탑승한 비행기는 A321NEO 항공기다. 그리고 이 항공기에는 충전 콘센트가 있다. 많은 손님들이 잘 모를 텐데, 저비용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도 소박한 옵션이지만 이렇게 기내에서 충전이 가능한 기재가 있다. 출장을 다닐 때면 늘 배터리 충전이 신경 쓰이는데, 상용 고객들에게는 의외로 유용한 서비스이다.

A321NEO 충전 콘센트


1시간 40분여의 비행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통상적으로 한국은 공항공사에서 관리하는 직원이 탑승교를 붙이고 떼는 업무(접현과 이현)를 수행하는데 일본은 램프조업사에서 해당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아래 사진 속 빨간색 옷을 입은 직원은 우리 회사의 램프조업사(SPJ, Swissport Japan) 직원이다. 문이 열리자 오사카지점 직원이 항공기 문 앞에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렇게 마중까지 안 나와도 되는데 괜히 번거롭게 해 드린 것 같다.

탑승교 연결을 위해 대기중인 램프조업사 직원


이런 저럼 담소를 나누며 입국하는 길을 빠져나온다. 오사카 공항의 입국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검역 (Quarantine)

- Visit Japan Web : 백신 증명서 등록 후 승인 화면을 제시하며 전용 통로로 안내해 준다.

- 확인 증명서로 노란색 종이를 나눠 준다.

2. 법무부 (Immigration)

- Visit Japan Web : QR 코드 준비

- 입국 심사 시 QR 코드를 인식하고, 얼굴 촬영과 손가락(양손 검지) 지문을 등록한다.

3. 수하물 수취 (Baggage Claim)

- 거의 제일 빨리 통과를 했는데 이미 가방이 벨트 위로 나오고 있다.

- 도착 직원이 가방을 내려놓고 있었고, Priority Tag (우선하기 표)이 붙은 가방을 별도 구분해서 정리해 놓았다.

4. 세관 (Customs)

- 세관 체크인 기계로 향한다.

- 여권 및 Visit Japan Web 세관 QR 코드 인식, 안면 사진 촬영을 한다.

- 사전에 신고한 정보의 변동사항이 없는지 확인 후 완료 버튼을 누른다.

- 완료 후 세관 출구로 가면 안면 인식을 통해 출구 통과가 가능하다.


여기서 하나, 입국심사(Immigration)와 세관 체크인 (Customs) 모두 얼굴 사진 촬영을 하는데, 굳이 사진을 두 번이나 찍어야 할까. 향후에는 한 번의 등록으로 모든 서비스가 연계되면 더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Visit Japan Web (검역 신고, 입국 심사, 세관 신고)
입국 심사대 및 수하물 수취대

혼잡시간대가 아니어서 20여 분도 안되어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후쿠오카 보다 큰 공항이어서 그런지 동선은 시원시원하게 잘 뻗어 있다. 이제 바로 공항 지점 사무실로 교육을 하러 이동한다. 오늘의 교육 대상자인 J는 이미 우리 회사에서 함께 오래 일한 직원이고, 삿포로에서 건너온 공항 커플인 P는 우리 회사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다. 이야기를 조금만 나눠봐도 대략적인 직무 지식수준과 일에 대한 태도가 보이는데, 두 사람 모두 분명 잘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がんばれ。(간바레, 힘내!)


2023년 1월 31일

오사카행 비행기에 빈자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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