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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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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Feb 16. 2024

나를 드러내는 연습

 우리 세대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교사 집단의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해야 할까. 뭐가 되었든 나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다. 어쩌면 투박한 경상도 문화권에서 자아가 형성되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본의 아니게 감정을 쉬 드러내지 않는 연습을 해온 건지. 학창 시절과 학부 시절의 또래집단도 비슷한 성향을 찾아 어울렸던 것 같다. 그것이 참 편했다.

 그리고 어쩌면 다행히도, 교사라는 신분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나를 숨기는 것'이 되레 도움 되었다. 괜스레 나의 생각을 공표하지 말자. 미숙함을 떠벌리지 말자. 모든 일에 무던한 듯 행동하자. 다수와 평균은 숨기에 부담 없는 도피처였으며 나를 불필요한 언쟁과 구설수로부터 보호해 주었다.




 학교에서 일하노라면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 참 신기하다. 그들은 저를 드러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툭 내어놓고 보는 저돌성. 어쩔 때는 취향과 취향이 부딪혀 스파크가 튀기도 한다. 스스로를 양보 않는 것이 눈에 익은 모습은 아니다. 나도 기성세대가 되어가는 것인지, '나 때였으면 적당히 좀 나대라며 눈칫밥 깨나 먹었겠다'라는 생각도 종종 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가장 첫 번째가 아닐는지 생각한다. 이제는 공무원 신분을 벗어나 내 목소리를 전달하며 살아야 할 때가 다가온다. 숨는 행위 더 이상은 득이 아니다. 나와 내가 가진 것에 대한 확신 없이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는 세상에 발을 디뎌야 하기에. 나를 숨기며 살았고 그것이 편했던 삶을 이제는 놓아주어야 할 때다. 부지런히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는 나의 미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유쾌하지 않다. 무언갈 새로 시작하노라면 초보 티를 벗어난 후에야 주변에 그 사실을 알리거나, 내가 만족하는 선까지 역량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아무도 모르게 그 일을 종료해버리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내 호불호보다는 남들의 눈치를 많이 보던 성향 탓이었을 거다. 유년기에는 형이 웃어야 재미있는  알았고, 친구들이 좋아해야 좋은 것인 줄을 알았다. 지금에 와 돌이켜보노라면 그랬던 성향 덕에 얻은 것도 많으나 가끔은 어린 시절의 내가 참 안쓰럽기도 하다. 겁 많던 어린 내겐 두려운 일도 얼마나 많았던지.


 사실 내 취향과 기호를 드러내보려는 노력을 교사를 그만두리란 결심 전인 재작년부터 해보고 있다. 서른 즈음되어 느낀 필요성 중 하나는 '스스로에게의 당당함'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무언갈 시작하면 주변인에게 이야기하고 본다거나, 중립적인 포지셔닝을 그만두고 나의 의견을 표출해 본다거나. 아니면 인정받을 만큼의 역량이 안 되더라도 그간 해온 몇몇들 드러내 보기도 했다.

 내 이름을 걸고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것도 그 과정의 일환이었는다.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했다. 언제고 숨겼던 내 가치관생각들을 너무나 깊은 곳까지 털어놓은 글들이었기 때문에. 혹여 지인들이 보지는 않을까 겁이 나 초반에는 익명으로 활동했다. 언제쯤이면 나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버릴 수 있을지. 지름길은 없는 건지.

 



 사람, 여전히 고민하는 과정 중에 있지만 답은 사람이 아닐까 짐작한다. 그간 겪은 성장들에는 누군가와의 상호작용과 격려, 칭찬, 이들이 윤활제가 아니었던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혼자가 익숙하고 편함을 표방했지만 나 또한 결국 절대적으로 사회적임을 고백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고 했던가. 지금 내 주변에 자리해 주는 좋은 사람들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다. 매일 조금씩이나마 스스로에게 떳떳해짐은 전적으로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 덕이다. 나도 얼른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 이 소중한 사람들에게의 '더 어울리고픈 사람',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앞으로도 더 멋지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어 가야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만을 가지고 당차게 걸어갈 나의 미래를 기대하기에 오늘도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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