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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May 23. 2024

소니에베이글, 개업하다

 두 달을 밤낮없이 달렸다. 천천히 뛰기 시작한 작년부터로 치면 일 년을 넘도록 준비한 가게 '소니에베이글'이 곧 개업을 앞두고 있다. 때로는 어디 할 것 없이 동분서주하며, 때로는 앉은자리에서 머리를 싸매가며 나의 뿜어내고픈 뉘앙스를 담은 장소를 선보일 준비를 하였다. 취미생활이 아닌 본업을 바꾸는 것은 각오보다도 지독히 어려웠다. 좋아하던 독서할 시간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릴 시간도 부족했으니.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는 것은 또 얼마나 오랜만인지.


 3월에는 상가 계약을 했다. 1월부터 눈여겨보던 장소가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조건이 잘 맞아 계약하게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자연과 가까우면 좋겠다고 생각한 대로 멋진 연못 풍광을 고스란히 담은 장소다. 시원한 통창으로 가까이 보이는 나불지 생태 공원과 산책로.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연, 가을에는 낙엽이 아름답다. 소니에베이글을 방문한 손님들이 빵과 커피뿐 아니라 쉼과 휴식을 누리고 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4월 초입에는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을 했다. 가장 걱정했던 파트였다. 지난 한해간 구상한 인테리어 이미지가 있으나 이를 자연스레 잘 시공해 줄 업체를 만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그렇게 여기저기 미팅을 진행하고 고심하여 계약을 진행했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인연을 만났다. 나의 계획한 바 콘셉트를 공감하며 나보다 더 잘 이해해 준 덕에 이질감 없는 인테리어가 잘 완성되었다. 나불지 풍광과 잘 어우러지는 따뜻한 가게가 태어남에 뿌듯하고 다행스럽다.


 구입할 것이 참 많았다. 카페 기기들, 베이커리 기기들로 시작해서 가구, 소품, 화분, 초동 물량 하며 크고 작은 예산이 참 많이 들었다. 밤을 지새우며 고른 가구가 배송 왔을 때의 기쁨, 새 커피머신으로 내린 첫 커피의 맛, 대대적으로 바뀐 제빵 기계들로 걱정했던 베이글 레시피와 맛있게 빵이 나왔을 때의 안도감, 구입한 소품 하나하나 배치하고 꾸미던 아기자기함. 하나의 가게를 차리는 데에는 많은 희로애락이 녹아있노라 깨달았다. 그간 시간을 보내온 여러 공간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처음 겪는 일은 또 얼마나 많았나. 그간의 온실 속에서는 전혀 몰랐던 일, 몰랐던 세계가 있었음을. 공사 현장을 지휘하는 막중함은 참 무거운 짐이었다. 계약은 할 때마다 가슴이 떨렸다. 어제는 드릴과 사다리, 본드 따위를 구입하는가 하면 오늘은 꽃과 나무를 옮겨 심으며 피식하기도 했다.

 공간에 대한 욕심과 예산 사이에서 머리를 쥐어짜던 일. 가구를 직접 만들어보리라 계획한 일과, 멋진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의 뿌듯함. 세상에는 갑을관계가 존재함과 모든 게 정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또 돈은 무서운 것임을. 항상 겸손해야 함을. 참 여러 가지를 겪고 느꼈다.


 사람의 소중함을 느꼈다. 가족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내 곁에 머물러주는 인연들 참 값지다는 것을. 받은 사랑과 관심을 어떠한 형태로든 되갚고 베풀리라 한 다짐을 되뇐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없다면 행복할 수 없다. 아무리 부자라도 혼자라면 멋지지 않다. 억만금보다 소중한 것은 삶에서 만나는 좋은 인연들이라는 마음을 언제나 간직하려 애써야겠다. 나 또한 힘이 들 때마다 결국 사람으로 다시금 힘과 용기를 얻었던 그간의 과정이었다.


 2024년 5월 23일 가오픈을, 6월 3일 정식오픈을 앞두고 있다. 상상만 하던 것들이 이제는 현실로 다가왔다. 고민 깊던 지난 1년 어찌 이리 순식간인지. 세월은 초보자에게라 할지라도 봐주는 것 없이 공평하다. 주어진 같은 시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스스로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두렵고 떨린다. 설렌다. 희망차다가도 확신 없어질 때 있다. 기쁘다. 감사하다. 걱정된다. 어깨가 무겁다. 기대된다. 잘할 수 있을까.

 

 임용고시에 합격에 교사가 되었을 때에는 꿈을 이루었다는 기분이 들었다면 개업 앞둔 지금은 꿈꾸기를 시작한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재차 걱정해 보지만 이제 그것이 무슨 의미 있으랴. 한걸음 내디뎌버리면 결국 걸어갈 수밖에 없을 테다. 앞으로도 한평생 꿈꾸며 살아가겠노라 다짐하며 소니에베이글의 개업을 알린다.





소니에베이글 공식 계정(인스타그램): @saunier_ba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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