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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Nov 24. 2023

교직 인생 7년, 사직원을 냈습니다

창업에 대한 가능성을 떠올리다.

 사실 그중 21개월 간은 군생활을 했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5년 하고도 반 여 년 정도를 학교에서 일했다. 몇 년 간의 교직생활이 길었는지 짧았는지는 아직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몇 번의 담임, 몇 번의 교과 전담, 부장. 몇 해 동안의 나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임명장과 이런저런 상장들. 고작 몇 장의 종이. 교감선생님께 사직원을 냈던 어제의 그 느낌은 글쎄,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모를 기분으로 미묘히 두근거렸다. 이것이 두려움이면 어떠랴. 설렘이면 또 어떠랴. 여하튼 선택은 이루어졌고 고민은 내 손바닥을 떠났다. 교육자로서의 나를 있게 해 준 20대, 10년간을 등지고 시장경제라는 망망대해에 첫 발을 내딛는 갓난아이가 여기 있다.




 때는 10달 정도를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찮게 베이킹을 체험해 본 주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를 빵 '베이글'을 만들고선 내 손으로 빵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마냥 기분이 좋았더랬다. 노작의 기쁨과 동류의 뿌듯함이라고 해야 할는지. 이것저것의 토핑을 얹어도 보고 햄이나 치즈 따위를 넣어 샌드위치랍시고 사진을 찍어대던 그때. 고작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건마는 꽤나 아득하다. 아마 그 사이 치열한 고민들, 많은 결정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에게 사업이라는 낱말은 참 매력적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것으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더러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젊은이들이 더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럼에도 재정적인 리스크라던가  예측 가능성잃을지 모른다는 요인으로 대다수 젊은이들이 사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직장 생활을 영위하는 선택을 하고 있을 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 농담 짙은 어조로 각자만의 유망할 듯한 사업 아이템 이야기를 해본다거나, 정말로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는 등 늘상 사업이란 분야에 대해 관심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건 그저 말 그대로 관심뿐인 공상이었다. 나 또한 '예측 가능한 삶'을 사랑하는 보통의 공무원이었기 때문이다. 살아온 대로 마저 산다면 그릴 수 있는 소박하지만 확실한 미래. 직업 상 손에 쥔 여러 장점들, 더 이상 고생이나 위험을 짊어지고 싶지 않은 기취업자의 안일함. 누구나 예상할 만한 이런 뻔한 것들.


 성냥은 찰나의 순간에 점화된다. 내 성냥이 타오르게 된 한순간은 바로 두 번째 빵을 만들었을 때였다. 첫 번째로 만든 은 누가 보아도 아마추어 티가 나는 맛과 모양이었다. 만든 결과물 크게 만족하지는 못했다. 다만 제빵 행위에 대한 재미가 생겼다. 머지않은 날 재도전을 하리라 다짐하곤 실제로 며칠 뒤, 다시 한번 도전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플레인 베이글이 아닌 무언가 더 특별한 것이 만들고 싶었다. 시중에 파는 맛을 떠올리곤 내 멋대로 이런저런 재료를 배합하여 만들어 본 두 번째 베이글. 친구와 함께 결과물을 나눠 먹었던 그날 내게 불이 붙고 말았다.


이거다.




 그날 한 재료 배합을 아직까지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으니 두 번째 베이글을 만든 에는 초심자의 행운이 찾아와 주었다고도 할 수 겠다. 우연에 의해, 행운에 의해 나의 첫 번째 레시피 탄생했다. 맛에서, 모양에서, 무엇보다도 베이글이라는 아이템 자체에서 '이건 팔리겠다'는 감각적인 충동이 찾아왔다. 친구에게 농담스레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거로 가게 차리면 잘되지 않겠어?'


 친구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아마 그날 이후 몇백 번이고 친구에게 건넸던 말을 되새겼을 거다.

 '진심이었나?, 그 말이 진심이었을까?, 정말 지금 일을 그만두고 사업을 해보고 싶은 걸까?, 내가 정신 나간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말에는 힘이 있다고들 한다. 입으로 직접 뱉은 말에는 더 큰 힘이 있는가 보다. 농담조로 던진 말이 나를 불가항력으로 이끌어 낼 줄이야.  상상도 못 하던 을, 학교에 사표를 던지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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