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열정만 있으면 두려울 것 없다고 했던가. 새로운 미래를 결심하고서 나는 되레 흔들렸다. 의지를 의심하기에는 하고픈 마음 확실했고, 열정을 의심하기에는 이 한 몸 불태울 자신이 있었다. 나를 흔든 한 가지는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이 맞는가?
나를 흔드는 것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였다. 선택 이후 닥칠 파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선택 자체에 대한 의문. 내가 하려는 선택이 '선'으로 나아가는 방도가 맞는지, 후회만이 도사리는 길은 아닌지. 생각은 생각을 낳고 며칠을 머리만 지끈거렸다. 이내 나는 그간 생각한 것들을 글로 써서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날 메모장에 낙서처럼 흘겨 적은 내용을 아래에 풀어 적어 보겠다.
1) 나의 목적
: 새로이 생긴 나의 꿈은 사업가가 되는 것. 그 시작을 '베이커리(中 베이글 전문) 카페'로 한다. 시험을 치르는 각오로 첫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후 다양한 분야로 점차 확장하여 간다.
2) 중심을 잡아줄 모토(가장 중요, 늘 체크할 것)
: 내 동기는 '그만두고 싶어서'가 아니다. 내 동기는 '하고 싶은 게 생겨서'다.
3) 고무적인 부분
: 삶에서 처음으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 몇 년의 직장생활을 겪고 나니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예상 가능한 삶'을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이를 인정하기까지 오래 걸렸으나 이번 고민을 기회로 나라는 사람이 확실히 성취형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크고 작은 성취들을 이루어 가자.
4) 선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 인생에서 최소 두 직업을 겪으리라는 소원 성취.
- 열정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능성, 이를 통해 공무의 무기력함에서 탈출 가능.
- 도전에는 리스크가 따르지만 성공했을 때는 리턴 값이 확실함.
- 사업을 시작한 나의 성공은 가늠할 수 없다(=무한하다).
- 주도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 내 시간을 파는 월급 노동자에서 생산자로 거듭날 것임.
5) 선택을 통해 잃게 되는 것
- 교사라는 직업만으로도 거저 얻었던 사회적 신뢰.
- 이른 퇴근 시간과 연중 두 번의 방학(=워라밸).
- 병가/연가의 자율성. 아프거나 개인사가 있으면 쉴 수 있음.
- 보장된 연봉.
- 미래의 가시성(예측 가능한 미래).
- 퇴근 이후 일에서 완전 해방 가능성.
- 퇴직 후 수령한 공무원 연금.
6) 최악의 상황
: 모든 실패 후 1-2년을 투자하여 초등 임용고시에 재응시. 혹은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후일을 도모.
내가 과감히 선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실 <6번 항목>의 영향이 제법 있었다. 임용을 다시 치든 기간제 교사로 일하든,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생각한다면 여하튼 교사가 다시 될 수 있다는 것. '1급 정교사 자격증'은 내가 잡아놓은 물고기, 그것도 사라지지 않을 황금 물고기였다. 쫄딱 망해도 주저앉아버리지 않고 다시금 직장인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해 낼 수 있다는 강한 동아줄이었던 것이다.
물론 말이 쉽지, 임용고시를 다시 친다는 끔찍한 생각은 웬만해서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각오로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망한다 한들 한 살이라도 젊었을 적 망해야 경험이 되지 않겠는가. 이 날 나는 고민을 끝내고 결정을 내렸다. 내가 결정을 내렸던 오후, 마지막으로 휘갈겨 적은 메모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일 년 간 철저하게 준비한다. 실패한다 해도 고작 인생에서 몇 년. 낭비해도 지장 없을 시간이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열정을 쏟을 것이다. 성공이 조금 천천히 올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언제가 되었든 반드시 성공한다. 반드시 성공한다. 반드시 성공한다. 반드시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