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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Mar 19. 2018

남다른 서점 이야기

B:ookstore  <서점, 공간 이상의 콘텐츠 브랜드> 후기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끼더라도, 곱씹는 나만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 순간 엄청난 감동을 받았을지라도, 생생했던 기억은 안타깝게도 희석되기에 기록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꾸준히 쓰는 건 쉽지 않지만, 다시금 부지런히 써보려고 한다. 기억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고, 나의 세계를 깊고 넓게 만들기 위해서.


오늘은 <Be my B>라는 브랜드 살롱 모임에 다녀온 이야기를 남겨본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인 '서점'이 주제였고, 땡스북스의 이기섭 대표님이 '제한된 공간을 넘어 콘텐츠 브랜드로서의 서점'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궁금했기에 냉큼 신청했다. 그런데 신청서의 첫 질문부터 심상치 않았다. 나의 첫 서점은 어딘지, 가장 좋아하는 서점과 그 이유는 무엇인지, 오프라인 서점에서 어떤 책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서점과 책에 대한 나의 취향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내가 여전히 가장 사랑하는 땡스북스


3/9(금) @인덱스 서점

모임은 건대 커먼그라운드의 인덱스(INDEX) 서점에서 진행되었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은 키워드는 세 가지였다. 나다움, 컨셉과 시스템, 로컬 비즈니스

마음에 와 닿고 설레는 말들이 많았는데, 함께 공유하고픈 내용을 최대한 담아본다.

 

나다움이 오리지널리티를 만든다


-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는 분명히 있다.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 스스로 원하는 것이 분명해야 브랜드의 색깔이 나온다.

- 하기 싫은 일이 내 삶에 끼어들게 하지 말자.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뭔지, 굳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그 매력도로 소통하자.

- 나라는 필터를 더욱 정교하게 해서 무엇이 내 정보인지 아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경쟁력이다.


컨셉 그리고 시스템이 콘텐츠를 만든다.


나만의 컨셉이 분명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두면 콘텐츠는 저절로 따라오더라.

땡스 북스는 동네(Local)라는 키워드가 컨셉이었고, 동네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실 동네 서점은 생존을 위한 컨셉이었다. 우리는 동네가 컨셉이니, 동네 주민으로서 엮여 있어야 한다. 즉, 동네를 서점에 끌어들였다. 이 지역의 물건, 음반, 이 동네의 크리에이터와 출판사와 함께 일한다. 시스템을 만들고, 플랫폼을 개방하자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이 왔다. 우리는 결이 맞는 것을 고르면 되었다.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홍대 땡스북스의 이야기 (2011~)


땡스북스 초기에는 경제적인 건 본업에서 벌고. 사계절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직거래를 시작하고 쇼룸을 하고 커피를 팔고 소품을 팔았다. 이곳은 책을 사지 않아도, 사진을 찍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 원칙을 세웠다. 직원이 손님에게 적당히 무심하도록. 지금은 책을 둘러싼 서점 문화가 바뀌었다. 이젠 서점에서 커피와 소품을 파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졌다. 땡스북스의 다음 장소는 규모를 줄이고 없던 개성을 만들고 싶다. 합정 교보에서 느낄 수 없는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땡스북스, 파크(Parrk), 인덱스(Index)

남다른 세 개의 서점의 에피소드


- 땡스북스 책방을 오픈하기 전에, 왜 내가 책방을 하려고 하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더니 '책에서 고마워서'였다. 그렇게 이름이 생겼다. 땡스북스라고.

- 파크(Parrk)는 입지조건과 컨셉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다. 망설이던 중 도산공원의 뷰를 보고 이 공간에 책방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책과 자연이 있는 곳. 그런데 아이들은 자연의 매력을 아직 잘 모르는 때니까 이 곳은 어른을 위한 서점이 어떨까? 그리고 자기 책은 스스로 고르게 하자. 사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모든 게 다 비싼 인건비를 고려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리스크는 이렇게 장점이 될 수 있다.

- 건대에 있는 커먼그라운드에서 먼저 공간 콘텐츠의 완성을 위해 책방을 제안했고, 이 공간에 그래픽 포스터가 정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으로 인덱스(Index) 서점을 시작했다.



잠깐 인덱스 서점 이야기를 더 하자면, 이곳에 우연히 들린 이가 '여기 신기한 책 많다'라고 말할 정도로 큐레이션이 잘 된 곳이다. 인덱스란 이름처럼, A부터 Z까지 다양한 주제가 있고,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탐구하게 하는 책 한 권쯤은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B_beer and alcohol(맥주와 술)부터 W_way of living(생활의 방식), S_subculture(하위문화)처럼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던 구분방식이 색다르다. 여행책 세션을 E_exploration(탐험)으로 표현한 것도 남다르다.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님 말처럼 책방은 그 지역에 문화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곳이 분명하다. 인덱스가 이곳에 있음으로써 문화/예술적 감성이 사람들에게 퍼지는 게 느껴진다. 이곳에 온 사람들이 우연한 책과의 만남으로 호기심이 관심으로, 관심이 취향으로까지 깊어진다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Be my B 살롱에서 참석한 이들에게 책 한 권씩 선물해주었는데, 내가 받은 책은 <아무튼> 시리즈의 계속 편이다.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가 쉽고 재밌게 읽힌다. 이 모임을 만드는 크루 중 한 분인 진영님의 추천작이라 더욱 기대하며 읽는 중이다. 그나저나 책에 두툼한 종이를 접어 곱게 끼워두셨는데, 거기에 인쇄된 구절을 계속 곱씹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디테일이 참 좋다)


내가 느낀 소중했던 순간과 기억을 뇌 저 구석에 처박아 넣고 싶지 않다.
그때 그 순간,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너무 쉽게 휘발되니
우리는 매우 유의해야 한다.
<아무튼 계속>

계속되는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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