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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Jun 26. 2018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크리에이티브 인 차이나'로.

올해 2월부터 야심 차게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중국어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서랄까..(?) 현실적인 이유로는 회사에서 중국 서비스를 레퍼런스로 찾다 보니 중국어를 배우면 리서치가 좀 더 수월하겠단 생각도 있었다.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르지만, 거대한 대륙의 가능성과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기에 중국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일본의 무지 호텔 1호 점도 일본이 아닌 중국 선전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체감이 된다.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 / 조상래 저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

나의 첫 중국 여행은 선전이었는데, 선전의 첫인상은 '여기 중국 맞나? 왜 이렇게 세련되었지?'였다. 선전 공항에 도착했을 때 웅장하면서 고급스러운 공간에 놀랐고, 도심의 거리도 깨끗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곳이 기회의 땅이 되어 중국 전역의 창업가들이 선전으로 몰려든다고 하니, 그 도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의 땅, 선전

책을 읽다 보면 알겠지만, 이 곳의 사람들의 마인드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게 느껴진다. 제조 공장은 일단 뭐든 만들어주겠다는 자신감과 열린 마음이 있고, 창업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전하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을 응원해주는 환경 덕분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이 생기는 게 아닐까. 그래서 저자도 미래를 사는 도시라고 말한 것 같다.

선전의 제조 공장들은 "설계도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어주겠다"는 자세다. 한국 제조 공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부품을 납품하는 곳이 대다수지만, 선전의 제조 공장들은 스타트업과 협력하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제조 공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공장마다 특색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무시할 수 없다. 29p
텐센트 사내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팀 가운데 성공만 했던 팀은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모여 성공 공식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국 시장이 거대한 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실패는 당연한 괒어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금의 중국을 만들고 있다. 98p


Made in China를 이미 넘은 중국

중국에 대한 인지도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저품질의 대명사였던 메이드 차이나 제품에서 '싸고 쓸만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우리는 대륙의 신제품을 기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오래된 고정관념을 바꿔버린 셈이니 가히 인정할 만하다. (우리 집에도 샤오미 충전기가 몇 개나 있고, 체중계도 있으며 몇 년 전 산 제품이지만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처음엔 애플 짝퉁이라고 낙인찍혔던 샤오미는 단순한 모조품을 넘어, 하나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었다. 제품의 가격이 합리적일 뿐 아니라 품질도 괜찮기에, 이제는 나름 믿고 쓰는 제품이 되었다. 게다가 신제품 출시도 아주 영리하게 한다. 마치 아마존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수요와 니즈를 파악해서 최대한 재고를 만들지 않는다.

중국의 디자인은 '대륙의 실수'에서 '대륙의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의 디자인은 경제 성장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변한다.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유명한 브랜드를 인수 합병하거나, 디자인 분야의 세계 인재를 영입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 Made in China'의 그림자를 지운다. 이제 중국은 '크리에이티브 인 차이나 Creative with China'라는 슬로건을 내밀며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샤오미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예약 판매를 통해 고객 수요를 미리 예측해, 스마트 밴드와 같이 소비자의 니즈가 있는 제품은 더 많이 생산하고 관심이 적은 제품은 생산량을 줄인다. 메이커들의 최대 숙제인 재고 관리의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제품 생산은 자체 생산 라인을 가동하지 않고, 선전을 비롯한 중국의 제조업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모방'에 대한 중국의 관점도 참고해볼만 하다. 관련해서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책을 추천하고싶다.


중국은 큰 그림을 그리고, 시간을 들여 완성하는데 익숙한 나라다. (34p)

책에는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중국 기업들이 소개되는데, 그중에 텐센트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인상 깊었다.

중국의 25개 도시에 오픈 플랫폼을 기반인 인큐베이팅 공간을 만들어서, 선정한 도시의 특성에 따라 키워드를 선정한다고 한다. 요즘 '로컬', '공간'이 화두인만큼, 그 지역 고유의 매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육성하다 보면, 베이징/상하이/선전 외에도 갈만한 도시가 많이 생겨날 듯하다. 특히 넓은 땅에 무수한 잠재력이 숨겨져 있을 테니, 어떤 콘텐츠들이 발굴될지도 기대된다.


텐센트 중창 공간은 베이징을 제외하고 소재하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산업 특성, 도시의 강점에 맞게 육성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키워드를 선정한다. 베이징은 분야에 구애받지 않고 스타트업을 육성하지만, 항저우는 E-커머스, 시안은 여행, 난징은 교육, 청두는 게임이 키워드다. 하얼빈은 로봇, 푸저우는 가상현실 VR, 샤먼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키워드로 해당 분야 스타트업을 찾아 육성한다. 선전의 경우 기본적으로 스마트 디바이스 위주의 스타트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 유치도 병행하고 있다. 78p

 

중국은 어느새 앞서가고 있다. 저자가 중국 출장 동안 현금으로 결제한 기억이 없다(64p)는 것처럼, 이미 무 현금 사회가 실현되고 있고, 가족을 빼고는 다 공유할 수 있다(67p)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유 경제 시장이 크고 다양해지고 있다. 거대한 땅 덩어리만큼이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잘하는 중국. 우리도 이제 중국에서 배울 건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실패라는 리스크에 관대한 환경을 만들어야 우리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저자의 마지막 말에 공감이 많이 된다. 우리도 우리에게 좀 더 관대해지길 바라며, 만약 다음에 선전에 간다면 보고 듣고 경험하며 배울 것이 참 많을 것 같다.


스타트업의 기본값은 실패다. 한국에서는 재도전의 기회가 쉽게 오지 않고, 재도전에 성공한 경우에도 충분한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다. 실패한 사업가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걸어 볼 수 있는, 창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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