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 Jun 07. 2018

정치가 멀게만 느껴진다면,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를 읽고

다음 주가 선거인만큼 길거리에는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가 붙어있고, 선거유세를 하고, 사무실에도 여러 통의 전화가 울리고, 문자도 온다. 시대가 변해도 선거방식은 그대로이고 여전히 정치는 멀게 느껴진다. 사실 정치로 결정된 정책은 우리의 일상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끼칠 것임에도 그리 잘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라는 말은 그다지 좋지 않은 의미로 주변에서 더 많이 쓰일 정도다.


'정치에 관심 없는 내가 정치에 대한 책을?'이란 생각으로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을 펼쳤다가 첫 문장부터 내 속을 훤히 들킨 기분이었다.

첫 페이지를 펴자마자, 폭풍 공감 했다.

그렇다. 정치는 친해지기 쉬운 단어가 아니다. 정치가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내 마음을 아는 듯, 솔직 담백하게 말해주는 저자 덕분에 이 책이 쉬이 읽혔다. 내 기억 속의 정치 토론은 서로를 악착같이 공격하며 이기려는 모습이었기에 채널을 돌리기 일쑤였지만 북유럽의 경우 정치적 토론이 일상적이며 국민이 정책을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로 여긴다고 한다. 토론을 하는 이유를 아래처럼 정의하는데 그들이 토론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에 감탄했다.


논쟁은 대개 답이 없다. 그렇다고 토론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토론은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8p)



게다가 스웨덴에선 정치 행사가 마치 국민들의 축제(!)처럼 열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상상해보자면,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 제주도에서 유명한 정치인/전문가/예술문화인/방송인이 모이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자유롭게 정치 컨퍼런스 겸 페스티벌을 즐기러 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정치는 일상이고 축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알고 싶어 하는 분야인 동시에 가장 자주 접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스웨덴 국민이 정치를 얼마나 가깝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현장이 바로 알메달렌 주간이다. 국회의원들이 여름휴가철 고틀란드 섬의 작은 마을 알메달렌에 모여서 국민과 직접 만나 정책을 소개한다. 정치인과 국민이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춤을 추면서 소통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12p)


박람회 혹은 축제로 불리는 이 행사에는 모든 정책 이슈가 메뉴에 오른다. 형식이나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광장과 골목, 호텔 세미나실, 컨벤션 센터, 야외 카페, 식당, 중세 성곽에서 각종 세미나와 연설이 뷔페식으로 열린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논의를 들으며 질문하고 즐긴다 (21p) 국가의 대형 이슈들을 시간대별로 정리해놓고 정치인, 전문가, 예술 문화인, 방송인을 생방송 토론에 초대한다. 사람들은 출연자들의 명단이 기록된 안내판을 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골라볼 수 있다. (23p)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안내 책자'였다. 알메달렌 주간에는 4000개에 가까운 행사가 열려서 책자가 중요한 내비게이션으로 쓰인다고 한다. 단순히 세미나에 대한 내용 요약뿐 아니라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정보는 아래와 같다.


- 세미나를 조직한 기관명, 담당자 이름, 연락처, 행사의 간단한 내용 요약, 참가자 이름

- 커피, 차, 샌드위치와 같은 간단한 음료 제공 여부

- 칵테일, 와인과 같은 알코올음료 제공 여부

- 행사에서 사용하는 언어 정보와 통역 제공 여부

- 장애인의 접근성과 관련한 정보들 (행사 장소에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나 계단 보조 기구가 설치되어 있는지. 청각 장애인을 위해 수화를 제공하는지)


이 모든 게 필수적인 정보다. 모든 사람이 행사에 참여하고 풍성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섬세한 배려를 한 것이다. 언젠가 나도 어떤 행사를 만들게 된다면, 이런 세심함을 꼭 참고해야겠다 싶었다.



축제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공간의 힘'이 크다는 것도 인상 깊은 포인트였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요소인 것 같다.


휴가지의 여름밤이라는 조건도 큰 역할을 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연설과 갑갑한 실내의 딱딱한 회의실에서 하는 연설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태도와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 연설은 어디에서, 어떤 형식으로 하는가에 따라 인기 TV 프로그램 못지않은 파급력을 일으킬 수도 있다.(56p)


스웨덴은 어린아이 때부터 사회 이슈에 눈을 뜨고 문제의식을 가지며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다. 성숙한 태도가 그런 환경을 만들었을 것이다. 정치는 성숙할수록 축제화된다고 한다. 더 이상 정치인들이 복잡하고 어려운 말로 자신들을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래 유시민 작가님의 띵연을 이미지로 덧붙인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만큼 상대방의 가치도 중요하다. 모든 가치가 같은 기준으로 존중되어야 정치가 비로소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 된다. 정치는 약점을 파헤쳐 상대를 파멸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철학과 그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밝히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통치하는 행위다. 스웨덴 정당 대표들의 연설은 정치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 (...) 서로 상처를 내고 싸우면서 경쟁만 하는 정치는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만든다. 알메달렌에서 정치는 싸우는 것이 아니다. 재미있는 것, 편안한 것, 신나는 것, 배려하는 것이다.(57p)


유시민 작가님의 말에 공감 백배


정치인은 정책의 전문가로서 국민이 정책을 보는 눈을 높일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이 되어주고, 우리도 어떤 후보가 어떤 정책을 주장하는지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정책을 모르면 정치를 할 수 없다. 정치란 우리의 정책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지지를 얻어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문제를 들춰내 지지를 받는다면 결국 알맹이는 없는 인기 영합주의에 불과하다. 이런 정치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76p)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멀리하면 할수록 정치인들의 자질과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나눠먹기 식 예산 배정은 분배의 불평등이라는 형태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결국 정치적 무관심과 혐오에 따른 정치적 참여의 결여는 민주주의 발전에 큰 장애물이다. (98p)


이 책은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하고 멀리했던 나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고, 덕분에 정치에 대한 의미와 정책과 토론의 중요성을 새길 수 있었다. 나처럼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물론 잘 아는 사람들도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며 우리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작은 촛불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경험을 우린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자, 다음 주에 있을 선거를 위해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준비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소중한 한 표를 잊지말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노동, 미래의 노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