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물건의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 Feb 13. 2021

물건의 집

부부가 함께 하는 일에 대해서

고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언젠가 건축을 하는 남편과 공간에 대한 일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는데,

부부가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임정주 작가님과 김순영 디렉터님이 만든 클럽하우스의 방에서 '같은 일을 하는 부부'에 대한 주제로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장단점을 들을 수 있었다.


요즘 소문난 SNS인 클럽하우스. 좋은 주제가 종종 올라온다.


장점은 부부끼리 항상 이야깃거리가 있고, 비전을 함께 나누며 관계가 깊어지고, 무엇보다 믿음직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면, 단점은 24시간 동안 일하는 기분이 들 수 있고, 개인적인 감정이 일적으로 침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부부간의 사적인 감정은 무엇보다 빨리 푸는 것이 중요하고, 일의 기준이나 룰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말라'는 어떤 분의 조언과 본격적인 일을 하기 전에 프로젝트를 먼저 해보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말한 것처럼 부부가 함께 일한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부부가 서로 결이 맞고, 분명한 시너지가 있다면 서로에게 정말 훌륭하고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에 맞는 좋은 동료를 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자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뭐하면 좋을까?

남편과 수다 떨다가, 재밌는 아이디어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기록하는 노트를 오랜만에 꺼냈다. 나의 취미 중 하나는 아름답고 합리적인 중고 물건을 구매하는 것인데 신혼살림을 마련하면서 생긴 취미이다. 보통 신혼집이면 떠오르는 인상과 달리 우리 집에는 대부분의 가구가 중고 물건이다. 우리의 취향에 맞는 가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급하게 비싼 가구를 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선택한 대안이었는데, 남편과 서로 잘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건의 집에서, 물건을 연결해주는 일

물건을 고르고 콜렉팅 하는 것을 좋아하는 맥시멀 리스트인 나와, 건축을 하는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내가 좋은 중고 물건을 고르고, 남편이 그 물건들이 있는 집을 만들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여 프로젝트 이름은 ‘물건의 집'으로 정했다. (영문명은 아직 고민하는 중)


물건을 위한 공간이자 사람을 위한 공간을 남편이 만들고, 좋은 물건을 발견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면 꽤 재밌을 것 같다. 물건이 아깝게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물건이 되면서 선순환이 이뤄지고, 누군가에게 쓸모없던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은 물건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물건을 수집하고, 물건을 수집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작은 땅에 물건의 집을 만들어서 주말에만 열리는 쇼룸을 운영해보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쇼룸에서는 나의 그림 작업도 하고, 그 공간에 놀러 온 이들을 위해 그 지역을 가이드해줘도 재밌겠다. (나의 또 다른 취미가 영감을 받는 공간을 투어 하고, 지인에게 가이드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물건의 집'을 위해 남편과 몇 가지 투두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우리에게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 될 것 같다. 이 일을 꾸준히 하면서 시간이 쌓인다면, 꽤나 근사한 콜렉팅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 기대감도 들고 말이다. 부부 선배님들이 먼저 프로젝트성으로 호흡을 먼저 해봐라고 조언해주신 것처럼, 우리의 '물건의 집'을 남편과 함께 구체적으로 계획해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