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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Aug 07. 2017

파미르 고원



나는 파미르 고원에 산다

소련이 러시아로 바뀌면서

국경이 불분명 해진 곳,

비로소 아나키 스러워진

고산지대는 나의 집


나는 외부로부터 오랫동안

오해를 받아 왔던 바,

내 주식이 아몬드 꽃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악마적인 징표를

내 머리에 난 뿔에서 찾았다


비슷한 뿔과 두 쪽으로 나뉜 발을 가지고도

사슴은 큰 눈과 긴 목으로

나보다 순수해졌고,

소는 나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만들어 내면서도

일부 나라에서 조상으로 현신했다


나는 오래토록

일방적으로 속수무책 당하는

희생의 의미로 사용되거나,

우매하게 길을 잃을 때 비유 되어 왔지만

악마숭배 의식에서는 주도적인 관련이 있다


나는 사실 조금 전에 죽었다

천적인 눈표범이 나보다 높은 곳에서

작은 돌을 굴렸고,

굴러내린 돌을 나는 바람 때문일 거라 방심 했으며,

나는 결국 눈표범의 먹이가 되었다


나는 지금 내가 사는 세계의

'권력'이라는

창자 속에 들어와

호흡도 언어도 잃고,

소화되기 직전의 상태라는 것,


나는 이제 내 천적의

피와 배설물이 될 것이고,

생각할 수록

내가  '아몬드 꽃'의 현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북미 인디언들의 언어로

'서 있는 사람',

나는 그렇게 꽃나무가 될 것이고

내 동족들이

나의 살을 먹을 것이다






* 사진 - 네이버

* 아나키 [anarchy]

지도자가 없는 혼란한 상태를 의미하는 아나키의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한다. 예를 들면 플라톤(Platon)에 있어서 아나키는 통치되는 것을 기피하는 민주정(民主政)에 가까운 병리로서 다루어졌다. 그 후 공동체적 질서 위에 세워진 중세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근대가 되자 정치질서의 동요와 함께 아나키의 개념이 정치적인 저서(著書)에 빈번하게 등장하였다. 예를 들면 보냉(Jean Bodin)에 있어서 정치질서는 주권을 필요로 하고 주권자가 부재한 경우 정치질서가 해체되어 아나키에 빠진다. 그 중에서도 자연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한 홉스(Thomas Hobbes)에 이르러 아나키는 무엇보다 피해야 할 악(惡)으로서 아나키를 극복한 정치권력은 어떠한 것이라도 정당화되었다. 한편, 로크(John Locke)에 있어서는 홉스가 정당화하고자 한 전제에 비해 보다 작은 악으로서 다루어졌다. 계몽기가 되자 자연의 질서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통치는 자연을 붕괴한다는 긍정적인 용법이 나타나게 되어 근대의 아나키즘 사상을 준비하게 된다.

(네이버, 21세기 정치학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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