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생각하면 어린시절
비오는 날의 장독대가 생각납니다
뭔가를 담으려다 잊어 버려서
뚜껑없이 비를 맞던 작은 항아리
비가 오는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몸 안쪽 방향을 향해 떨어지던
투명한 소리를 들을 수 있던
항아리 입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당신에게
모였다 흘러가 버린 빗물이고
당신 안쪽에 잠깐이나마
투명한 소리를 남겼다면 하고 바래봅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가을이 막 시작되려 하는데
뜬금없이 흘러가 버린게
당신이었는지 저였는지 막 헷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