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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Dec 17. 2017

스카를라티*와 동백꽃


스카를라티*와 동백꽃 / 길But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의 손가락은 빠르다

그 곡을 처음듣는 사람들은 '음악'과

'건반을 마구 두드려 대는 것'과의 차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마*가 자신의 스텝에 꼬여 넘어지는 법이 없듯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의 그는

감춰뒀던 여러개의 손가락들을

건반 위로 펼쳐 내는 모양이다


재즈인 것과 재즈가 아닌 것

탱고인 춤과 탱고가 아닌 춤

이 분류법들은

가장 단순한 분류법에 속하는데


수시로 남녀의 스텝이 꼬여서

완성되는 탱고 춤처럼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의 왼손이

오른손을 뛰어 넘어 높은 음들을 누른다


서로의 몸이 꼬여 만들어지는 포옹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좀더 수월하게

내 등이 만져지게 허락하고 싶어지는 밤


동백 한송이

발뒤꿈치 각질 조각같은

눈송이들을 뚫고

붉은 꽃을 피웠다




*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 : 1685년 출생~ 1757년 사망, 이탈리아 음악계의 명문에서 태어났으며, 헨델과 친교가 있었던 음악가 , 하프시코드 연주자 및 작곡가로서도 많은 명곡을 남겼으며, 주요작품으로 하프시코드 소나타 협주곡 제6번 E장조가 있다


*  그리마 - 지네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이다. 한국에서는 돈벌레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 서식하는 종류로는 집그리마, 딱정그리마 등이 있다. 그리마는 다른 곤충과 그 허물, 알을 주식으로 하며, 가정에서 바퀴벌레와 그 알을 먹기도 한다.



https://youtu.be/1yyBP3t7g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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