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버트 길벗 길But Feb 10. 2018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지 / 길But



50인 100편의 시가 들어있는

시집을 한권 사서 읽었다

시집 속에는 딱히

시라 명명할 시는 없었는데

그래서 그 시집은

각자의 욕망들이 모인

진짜 시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내가 미쳤지

타인들의 욕망이나 읽자고

이 책을 돈 주고 사다니

그 시집에 시가 실린 사람들도

한탄과 감탄을 동시에 했을 것이다

내가 미쳤지

이 글을 시라고 쓰다니

그래도 멋지긴 하군


예전 이십대의 어느 겨울날이 생각난다

버스터미널을 겸한

슈퍼 안쪽에는

난로가 하나 놓여있다

사람들 몇몇이 시집 속의 시처럼

모여 들었다가

뿔뿔이 흩어지곤 하던 곳

나는 그 달아오른 난로 속에

내 머리속에 든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랑을 확 태워 버리고

하얀 재나

날리는 눈발처럼 떠나고 싶었다

내가 미쳤지

이런 걸 사랑이라 믿다니

그래도 멋지긴 하군






매거진의 이전글 깊이에의 강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