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 길But
소금쟁이가 물 위를 딛는 깊이가 있다
딱 알맞은 소금 간처럼
튀어 오를 높이를 위한 깊이
타인의 깊이를 따지는 사람일수록
공감능력 보다는 기피忌避능력이 발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문은 통로면서 또다른 이름의 벽壁이고
시간과 자연은 사실 가장 강력한 파쇼(fascio)다
세상의 부패와 불평등이라는 파쇼(fascio)를
단지 재수가 없어서 당하는 자연재해와 같이
묵묵히 받아 들이는 사람들
자연에 포함되는 속성을 가진 인간도
태생이 파쇼(fascio)면서 동시에
순교자적인 성질을 가진다
다만 필요한 것은 딱 알맞은 소금 간처럼
소금쟁이가 발을 딛는 깊이
나는
세상의 다른 파쇼(fascio)를
무너 뜨리는
테러리스트가 되고싶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