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고찰 / 길But
바람이 펄럭 펄럭
책장을 넘기고 있다
그렇게 책 한권을 다 읽고 가는
바람에게는 눈이 없다
왼쪽과 오른쪽이 꼭 닮은 데칼코마니
당신은 중앙을 중심으로
왼쪽 페이지와 오른쪽 페이지
두장으로 만들어져 있다
사람들은 책이라는 정의를
펄럭 펄럭 넘길 수 있는
여러 페이지를 가진 것이라고 믿는다
당신의 왼쪽을 먼저 읽었거나
오른쪽을 먼저 읽었거나
당신의 수많은 입술 주름을
눈으로 쫓다가
사람들이 바람처럼 당신을 지나쳤다
간혹 세상이 바람과 같다고 생각할 때
펄럭 거리는 당신을
세상은 눈 없이 다 읽고 간다
세상의 모든 책들은
왼쪽과 오른쪽
두 페이지의
연속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