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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Feb 05. 2018

인간의 열매


인간의 열매 / 길But



닭이 그러하고

돼지가 그러하고

소가 그러하듯이

식탁 위 고기 반찬들은

대부분 머리없는 것들이 올라 온다


순하고 커다란 눈동자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제거된

본래 형체의

일부분들이 올라온다


반면에

쌀이 그러하고

콩이 그러하듯이

식탁 위 곡물 먹거리들은

몸 없이 머리들만 올라온다


열매라고 불려지는 것들이

먹거리가 되는데

고기들은 그들의 몸통이

식물들은 그들의 머리가

식탁 위로 올라온다


그렇다면 인간이 맺는 열매란

식물처럼 머리에서 자라는 것일까

아니면 동물처럼 몸에서 자라는 것일까

상징적인 죽음이든 아니든

우리는 다른 차원의 식탁 위로 올라간다


내가 바라는 최후의 모습이란

접시 위에 놓인 조기 한 마리와 같이

온전히 남아 있는 머리에서부터

유선형인 몸통을 지나

꼬리 지느러미까지 갖춘 모양이다


인간으로서는

되기 어려운

최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가미로

숨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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