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 길But
휴일의 거실을 꽉 채운 순수한 짐승
당신이라는 코끼리를 뱃 속에 삼킨
나는 뱀이고
보아뱀이고
당신에게 압도되지 않으려
더 크게 벌어지는 내 입과 턱
당신이라는 코끼리를
나는 배려와 무례함을 함께 담아 삼킨다
당신을 매번 삼킬 때마다
꼼짝없는 포만감을 누릴 수 있는
나는 뱀이고
보아뱀이고
* "보아 뱀은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킨다. 그런 다음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 먹이가 소화될 때까지 여섯 달 동안 잠을 잔다."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